“이렇게 운명은 문을 두드린다”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

  베토벤의 가장 유명한 교향곡일 뿐만 아니라 클래식 음악 중에서도 유명한 곡 중의 하나로 평가되는 교향곡 5번 '운명'에 대하여 소개하고 감상해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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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트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 1770-1827)

  독일 본에서 음악가의 집안에서 태어난 베토벤은 음악적 재능이 탁월했습니다. 그의 재능을 알아본 아버지가 모차르트처럼 키워 돈을 벌려고 네 살 때부터 혹독한 방식으로 피아노를 치게 했습니다. 6세 때 공개 연주 여행을 하지만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아버지는 더욱 술을 마시며 경제적으로 더욱 어려워지게 됩니다.
 
  22세 때 베토벤은 빈으로 가서 피아니스트로 인기를 끌게 되고 작곡한 곡을 출판하게 됩니다. 베토벤의 출판은 음악가가 작품으로 생계를 유지하게 된 것이라 음악사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 베토벤은 교회나 귀족에서 고용된 음악가가 아닌 독립된 음악가로 평생을 살았기 때문입니다.
 
  베토벤의 음악은 초기, 중기, 후기로 나눌 수 있습니다. 초기 작품들은 대부분 동시대의 양식을 사용했습니다. 중기는 교향곡 3번 에로이카로 시작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모차르트나 하이든의 교향곡 연주는 30분을 넘는 일이 거의 없는데, 에로이카의 연주는 50분에 달합니다. 소나타 형식도 베토벤에 의해서 크게 달라지게 됩니다. 1811년 이후 작품활동이 약해지는데, 청력이 약화된 것과 조카 카를(Karl)과의 관계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이런 침체기를 겪은 이후, 후기에는 [장엄미사], [교향곡 9번 합창] 등의 명곡들이 탄생하게 됩니다.
 

베토벤 흉상 (출처 : pixabay.com)

교향곡 5번 “운명”

  5번 교향곡은 베토벤의 중기에 해당되는 작품으로 3번 교향곡의 작곡이 시작된 이후 초기 착상을 하기 시작하였지만 5년이란 긴 시간을 거쳐 1808년에 완성되었습니다. 작곡을 잠시 중단하기도 했는데, 그 이유는 요제피네라는 여인을 사랑했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베토벤의 사랑 이야기보다 중요한 것은 그의 청력이 많이 약해진 상태에서 5번 교향곡을 완성했다는 것입니다. 그는 20세 후반에 소리를 듣지 못하는 증세가 나타나서 49세가 되자 의사소통이 어려워져서 펜과 노트를 가지고 다녀야 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교향곡 5번은 베토벤의 청력이 약해진 가운데도 완성되었다는 것 외에도 교향곡 전체가 통일성을 이루고 있는 것이 베토벤 이전의 작곡가들과의 구별되는 특징입니다. 베토벤 이전에는 작곡가들은 다른 곡들이라고 할 수 있는 악장들을 묶어서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었을 뿐이었지요. ‘따다다딴~’이 가장 중요하게 반복되는 부분인데, 주제를 제시합니다. 앞의 새 개의 음은 짧고 마지막 네 번째 음은 긴 편입니다. 이렇게 짧고 긴 음을 통해 음악의 추진력과 긴박감을 형성합니다. 그리고 네 개의 음이 교향곡의 모든 악장마다 통일성 있게 반복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운명'이라 부르지만 서양에서는 5번이라 로마자 'V'에서 힌트를 얻어 'Victory'(승리)라고 부릅니다. '운명'이란 부제는 베토벤이 직접 붙인 것이 아니라 후대에 붙여진 것입니다. 어느 날 베토벤의 조수이며 전기 작가였던 안톤 쉰들러가 ‘따다다딴~’의 의미를 묻자, 베토벤이 “이렇게 운명은 문을 두드린다”라고 대답했답니다. 베토벤의 남겨진 글에는 '운명'이란 단어가 자주 등장합니다. 하지만 쉰들러의 증언은 거짓으로 밝혀진 것이 많고, 베토벤의 서류도 조작했기 때문에 의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쉰들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아래의 글을 참고하시면 됩니다.
 

2023.07.12 - [클래식이 주는 인생 레슨] - "베토벤을 위해? 베토벤을 이용?" 안톤 쉰들러 이야기

"베토벤을 위해? 베토벤을 이용?" 안톤 쉰들러 이야기

 
  제1악장은 ‘따다다 딴~’하며 갑자기 운명이 닥쳐온 것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처음 1악장 연주는 8분 쉼표 이후 연주가 시작되어, 지휘자를 따라 8분 쉼표를 쉬고 연주하기가 어렵다고 하고, 또한 오보에의 선율이 파격적입니다. 제2악장은 마주하게 된 운명을 차분한 마음으로 달래는 것처럼 느리고 서정적인 분위기입니다. 제3악장은 운명과 씨름하듯 변화무쌍하게 전개되는데, 스케르초 - 트리오 - 스케르초의 3부 형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소타나 형식의 제4악장은 3악장과 연속적으로 연주되지만 4악장의 분위기가 보다 밝습니다. 운명을 극복하고 환희와 승리를 표현하는데, 고전주의 교향곡의 마지막 악장에서 찾아보기 힘든 다채롭고 장대하고 환희에 찬 종결이 인상적입니다. 
 
  교향곡 5번은 교향곡에서 최초로 피콜로, 콘트라바순, 트롬본 등을 사용했습니다. 특히 소리가 큰 트롬본은 4악장에서 사용하여 효과를 극대화하였는데, 트롬본 연주자들은 4악장이 시작될 때까지는 계속 기다려야 한다고 합니다.
 
  교향곡 5번을 초연했을 당시 관객들은 그다지 크게 환호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5번 "운명" 뿐만 아니라 교향곡 6번과 몇 개의 피아노 소곡도 함께 연주되었기에 공연시간이 4시간이 걸렸기 때문입니다. 베토벤의 곡이 싫었던 것이 아니라 너무 춥고 피곤해서(1808년 12월 22일 초연) 빨리 집을 돌아가고 싶어했을 뿐입니다.

  또한 초연시 어느 관객은 첼로 파트 연주자들이 바쁘게 연주하는 것을 보고 무척 놀랐다는 기록이 있는데, 3악장에서 첼로와 콘트라베이스가 바쁘게 연주하는 것은 당시 드물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운명 교향곡은 초연된 지 2년 후 그 가치를 인정받게 됩니다.

 

  여담으로 운명 교향곡도 표절 논란이 있습니다. 프랑스의 작곡가 케루비니 us Cherim 〈판테온 찬가>에서 같은 선율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과 베토벤이 존경했던 할아버지의 악보에도 같은 선율이 발견되었다는 설도 있습니다.

  운명 교향곡이 표절로 만들어진 것일까요? 그럴 가능성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음악의 세계에서는 자신의 곡이나 타인의 곡에서 선행하는 곡의 멜로디 등을 도용하는 예를 종종 볼 수 있는데 베토벤도 이러한 도용을 많이 한 작곡가였습니다. 지금의 잣대로 과거의 작품들을 폄하할 필요는 없는것 같습니다. 사실과 관계없이 운명 교향곡은 명곡이란 사실은 변함이 없는것 같습니다.
  
 

비교 감상하기!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지휘자 카를로스 클라이버(Carlos Kleiber, 1930-2004)와 Wiener Philharmoniker의 1974년 음반으로 필청음반입니다. * 유튜브 설명 부분에서 악장별로 들을 수 있는 링크가 있습니다.
 

 

 
  폴란드 태생의 프랑스 지휘자 르네 라이보비츠(René Leibowitz,1913-1972)의 베토벤 연주도 좋습니다. Royal Philharmonic Orchestra와의 1961년 연주입니다. * 유튜브 설명 부분에서 악장별로 들을 수 있는 링크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