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들은 한가로이 풀을 뜯고.... 바흐의 사냥 칸타타 중에서

  녹음이 깊어져 가는 봄과 어울리는 곡을 소개하려 합니다. 바흐의 [사냥 칸타타]에 있는 ‘양들은 한가로이 풀을 뜯고’입니다. 푸른 초원이 떠올려지는 평온한 클래식 음악으로 초대합니다! (이번은 경어체가 아닌 평어체로 글을 작성합니다.)

 

  점점 진한 초록색으로 변해가는 자연을 보면서 봄과 어울리는 클래식을 소개하고 싶었다. 생각난 곡이 바흐의 '양들은 한가로이(평화롭게) 풀을 뜯고(Sheep may safely graze)'이다. 이곡은 편안한 곡이지만 내 마음은 복잡해졌다. 아니 내 마음이 복잡해서 편안한 곡을 어렵게 소개한다는 게 맞을 것이다.

 

출처 : pixabay

 

  이 곡은 원래 사냥 칸타타 가운데 9번째 소프라노 아리아이다. 바흐가 사냥을 좋아해서 사냥 칸타타를 작곡한 것이 아니라 1713년 작센의 영주 크리스티안 공(公)의 31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만들어진 곡이다. 사냥을 좋아하는 영주를 즐겁게 해 주려고 신화 속의 인물을 등장시켜 사냥의 기쁨을 노래했다. 좋은 목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양들은 평화롭게 풀을 뜯는다는 노랫말은 영주를 높이고 기분좋게 했을 것이다. 이런 내용의 성악곡인  사냥 칸타타(cantata, 노래하다가 어원)가 20세기에 들어와서 레오폴드 스토코프스키(Leopold Stokowski, 1882-1977)가 관현악곡으로 편곡하 더욱 유명해졌다.

 

  사실 바흐는 교회에 소속되어 평생 종교 음악을 많이 작곡했다(더 자세한 정보는 바흐에 관한 다른 글을 참조할 것). 바흐는 매주 새로운 예배 음악을 위해 매우 빠른 나날을 보내고 있었지만 그에게 생일, 결혼, 장례 등의 개인 행사, 신년축하, 대관식 등을 위한 작곡 요청이 들어왔다. 그래서 바흐는 50여 개의 칸타타를 작곡하였는데, 지금은 20여 곡이 전해진다고 한다. 이런 작품을 종교적인 칸타타와 구분하기 위해서 '세속 칸타타'라고 부른다.

 

  내 머릿속에서 이런 질문들이 떠올랐다. 바흐가 교회로부터 좀 더 자유로웠다면 어떤 음악을 남겼을까? 물론 바흐가 신앙심이 깊은 사람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래도 그의 마음에 품고 있었던 음악을 펼쳐 보이고 싶지 않았을까?..... 바흐는 매주마다 예배를 위한 음악을 준비하기 위해 끊임없이 창작했던 바쁜 나날을 보냈을 것이 틀림없는데, 시간을 내어 사냥 칸타타를 작곡해야 했던 그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한가롭게 사냥을 즐기는 영주를 높이는 음악을 만들어야 했던 바흐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이러한 질문들이 떠오른 이유는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좋아하는 음악이라고 생각하는 클래식을 소개하고 싶은 마음과 사람들이 좋아하고 많이 검색하는 음악을 소개하는 사이에서 고민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내가 하고 싶은 것과 내가 해야만 했던 것, 내 꿈과 현실 사이의 연장선에 있는 것이기도 하다.

 

  글을 작성하는 가운데 바흐는 나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를 알려주었다. 그가 하나님을 위한 음악과 사람들을 위한 음악을 모두 잘했던 것처럼, 나도 두 가지 모두를 잘해야 한다고...

 

  바흐도 이 아리아를 작곡하며 마음이 편해졌으리라. 그래서 나도 그의 음악을 들으며 한가로이 풀을 뜯는 양과 같이 내 마음에 위안, 여유, 평화로움을 내 마음에 채워보려고 한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도 바흐의 음악을 통해 위안, 평안, 안식, 행복 누리시기를 바랍니다.

 

  여담이지만 이곡을 어떤 카테고리에 넣어야 할지 고민이 되었는데, 관현악으로 분류했습니다. 

 

Tips!

  이 곡은 다양하게 연주되는데 성악버전보다 피아노 버전이 좋은 것 같습니다. 손열음 님의 반 클라이번 국제 피아노 콩쿠르 2위 했던 동영상을 링크합니다. 비교감상을 위해서 유진 오만디(Eugene Ormandy) 지휘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The Philadelphia Orchestra)의 관현악 연주를 링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