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러(Gustav Mahler, 1860-1911)가 작곡한 것 중에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교향곡 5번 4악장 아다지에토(adagietto)입니다. 영화나 광고는 물론 장례식에서 사용되는 음악이며 말러를 이해할 수 있기에 소개하고자 합니다.
개인적으로 어려웠던 말러의 음악
말러의 교향곡 5번은 생각나게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말러의 교향곡 2번 부활을 포스팅할 때 언급했던 것처럼, 말러의 음악은 저에게 어려웠습니다.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콘트라베이스 연주자를 몇 차례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분에게 말러의 음악을 듣기 어렵다고 이야기를 하자 교향곡 5번 4악장을 추천하시더군요. 집에 와서 들어보니 좋았습니다. 하지만 4악장만 좋아 다른 말러의 음악을 감상하는 것으로 연결되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아다지에토는 들어보세요!
말러의 모든 음악을 듣지 않으셔도 됩니다. 하지만 교향곡 5번의 4악장은 한 번 정도는 필청을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말러의 곡들 중 가장 유명할 뿐만 아니라 매력적인 곡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악기는 모두 쉬고 오직 현악기와 하프로만 연주되는 매우 아름다운 악장인데 '현과 하프를 위한 무언가(가사가 없는 노래)'라고도 불립니다.
아다지에토는 사랑의 고백
말러 교향곡 5번은 5개의 악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원래 4악장이었는데, 알마 마리아 쉰들러라는 여인을 만나면서 그 유명한 아다지에토가 추가되어 5악장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1901년 가을 말러는 작곡에 재능이 있을 뿐만 아니라 빈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성이란 평을 듣는 알마를 만납니다. 그다음 해 알마와 결혼하고서 쓴 곡이 교향곡 5번입니다. 말러는 아내 알마에게 "사랑의 고백"이라고 설명했고, 악보에 적힌 지시문에는 '표현력 있게', '영혼을 담아', '진심 어린 감정으로' 등을 적어놓았습니다.
여기서 말러를 이해하는데 도움일 될 것 같기에 그와 알마와의 관계를 간단하게 추가해 보겠습니다. 말러의 결혼생활은 불행했습니다. 두 딸을 낳았지만 둘째는 어려서 죽었고, 큰 딸은 5세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결혼한 상태였지만 매력적인 알마는 많은 예술가들을 매료시켰는데, 대표적으로 알마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유명한 건축가 발터 그로피우스의 편지가 말러에게 배달되었다고 합니다. 알마는 그로피우스와 밀회를 즐겼고, 화가 오스카 코코슈와도 관계를 맺었다고 합니다.
슬프게 사용되는 아다지에토
4악장은 유명 인사들의 장례식에 많이 사용되었습니다. 1968년 로버트 케네디 미국 상원의원 장례식에서 레너드 번스타인의 지휘로 연주됐으며, 2005년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내한공연 당시에는 고(故) 박성용 금호아시아나그룹 명예회장의 추모곡으로 연주되었다고 합니다.
1971년 루치노 비스콘티 감독의 영화 [베니스에서의 죽음](Death in Venice)에서는 한 작곡가의 비극적 죽음을 나타내는 데 사용되었는데, 그래서 이 곡이 유명해지게 되었습니다.
그 후 많은 영화나 광고에서 사용되었는데, 최근의 경우 박찬욱 감독의 2021년 영화 [헤어질 결심]와 2022년 영화 [타르](Tar)에서도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중요한 작품으로 사용되었습니다.
말러는 사랑의 마음을 듬뿍 담아 작곡한 아다지에토가 왜 이렇게 장례식장에서 연주되는 것일까요? 앞에서 언급했듯이 현악기와 하프로만 연주되는 애절한 선율 때문입니다. 4악장을 좀 더 느리게 연주하면 장례연주로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교향곡 5번에는 복잡한 말러의 심리상태가 잘 나타나 있다고 하는데, 4악장도 그런 것 같습니다. 말러는 1910년 지그문트 프로이트(1856-1939)에게 치료를 받았을 정도로 트라우마가 많았습니다. 그는 성공하여 명성을 얻었으나 불행했고, 스스로를 이방인으로 생각하는 복잡한 심리상태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 아다지에토에도 반영되어 있습니다. 사랑을 표현하지만 슬픈 정서가 들어있는.....
비교 감상하기!
세 가지 버전의 연주를 링크합니다.
첫 번째 링크는 관현악 연주입니다. 이탈리아 리카르토 샤이(Riccardo Chailly)의 지휘,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Royal Concertgebouw Orchestra)의 연주입니다.
두 번째 링크는 피아노 버전으로 프랑스의 알렉상드르 타로(Alexandre Tharaud)의 연주입니다.
마지막 세 번째 링크는 첼로 버전인데, 미샤 마이스키(Miša Maiskis)가 첼로로 편곡한 음반 '아다지에토'에 있는 연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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