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적 미니멀리즘" 아르보 패르트의 거울 속의 거울(Spiegel im Spiegel)

  이번에는 영적 미니멀리즘 음악가로 알려진 아르보 패르트와 그의 거울 속의 거울이란 곡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아르보 패르트라는 이름은 생소하지만 그의 음악을 배경으로 한 영화가 50편이 넘을 정도로  음악 감상뿐만 아니라 영화, TV, 무용, 연극에서 배경이나 효과음악으로 빈번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아르보 패르트(Arvo Pärt, 1935년)

  에스토니아의 페이드(Paide)에서 태어난 패르트는 탈린(Tallinn)의 음악학교에서 피아노와 작곡을 공부했던 학창 시절부터 이미 작품을 발표했고, 여러 작곡 기법들을 실험했습니다.
 
  패르트의 음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배경과 종교적 배경이 중요합니다. 에스토니아는 1940–1991년까지 구소련에 병합되어 사회주의 정권의 지배 아래 있었다는 정치적 배경과 패르트가 독실한 러시아 정교회 신자였다는 것입니다.
 

출처 : 아르보 패르트의 facebook

 
  1960년 [Nekrolog](사망기사)은 소비에트 작곡가 연합 경연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였으나 서방세계의 영향을 받았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았고, 1968년 [Credo](신경/신조)는 노골적인 종교적 색채로 인해 대중을 선동할 수 있다는 이유로 연주가 금지되고 작곡가로서의 활동도 제한받게 됩니다.
 
  그 후 1976년까지 침묵의 시간을 가지며 미니멀하고 명상적인 방향으로 선회하게 됩니다. 두 번째 부인 노라(Nora)와 결혼하게 되고 동방정교회로의 개종도 하게 되지요. 그의 음악은 지적인 복잡함보다는 영적인 면을 추구하고, 도전적이기보다는 즉각적인 느낌을 주는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어 냈는데, 이를 '틴틴나불리'(Tintinnabuli)라고 합니다. 틴틴나불리는 라틴어로 ‘작은 종을 울리다’라는 뜻인데, 패르트가 서양의 중세와 르네상스 성가에서 창안한 것으로 음악의 가장 기본적인 3화음을 구성하는 세 개의 음이 마치 종소리(종의 울림) 같다고 표현하며 붙인 명칭입니다. 이러한 패르트의  음악은 단순성, 영적 감수성, 그리고 포괄성이라는 세 가지 특성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거울 속의 거울(Spiegel im Spiegel)

  이 곡은 러시아의 바이올리니스트 블라디미르 스피바코프(Vladimir Spivakov)의 의뢰를 받아 1978년에 피아노와 바이올린 독주를 위해 작곡한 것인데, 패르트의 작품 중 가장 인기 있는 작품입니다. 원래 바이올린을 위한 곡이지만 첼로나 비올라로도 많이 연주됩니다.
 
  에스토니아 사람이 작곡한 곡인데 곡의 제목이 독일어라는 것이 특이합니다. 패르트가 2010년 에스토니아에 영구 이주하기까지 독일학술처의 지원을 받아 베를린에서 30년 가까이 살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1960년의 작품명도 독일어라 그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나중에 알게 되면 추후 수정 예정).
 

 
  '거울 속의 거울'이란 제목이 곡에 그대로 반영되는데, 앞의 멜로디 라인을 따라 뒤의 거울 구절이 뒤따르게 됩니다. 처음에는 두 개의 음으로 구성되고 다음 구절마다 다른 음이 추가되어 마치 끝이 없는 연속적인 멜로디를 만들어냅니다. 각각 시간을 두고 멜로디가 중심음으로 되돌아가는데, 마치 떠났던 집으로 돌아가는 같습니다.
 
  거울을 통해 자신을 들여다보듯, 쉴 틈이 없을 정도로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단순하고, 순환적이고, 서정적이고, 차분하고, 영적이고, 명상적이고, 신비로운 음악을 통해 잠시라도 평온함을 느낄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이 글을 읽고 음악을 감상하는 분들에게 인간의 내면을 울리는 음악의 힘이 느껴지기를 바라며....
 

Tips!

첫 번째 링크 : 프랑스의 르노 카푼(Renaud Capuço)의 바이올린,  프랑스의 기욤 벨롬(Guillaume Bellom)의 피아노
 
두 번째 링크 : 오스트리아의 레온하르트 로첵(Leonhard Roczek)의 첼로, 독일의 헤르베르트 슈흐(Herbert Schuch) 피아노
 
세 번째 링크 : 네덜란드의 Brilliant Classics에서 발매한 앨범 전체를 감상하실 분을 위해 링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