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에서 가장 연주되기 힘든 음악, 헬리콥터 현악4중주 (카를하인츠 슈톡하우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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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연주되기 힘든 음악, 헬리콥터 현악4중주 (카를하인츠 슈톡하우젠)

by 다시채 2023. 6. 18.

  독일의 카를하인츠 슈톡하우젠가 작곡한 [헬리콥터 현악 4중주]는 너무나 많은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에 쉽게 실황 연주가 이루어지기 힘든 이색적이고 창의적인 작품을 소개합니다. 


  카를하인츠 슈톡하우젠(Karlheinz Stockhausen, 1928~2007)은 독일의 현대음악 작곡가입니다. 그는 새로운 음악을 위한 실험정신으로 총렬음악, 전자음악, 점묘음악, 통계음악, 음형음악, 직관음악, 순간음악 등 다양한 개념의 곡들을 작곡하여 현대음악사에 이름을 남겼습니다. 전자기술을 음악에 도입해 여러 실험적인 음악을 만들어 내고, 음표 대신 시적 문구를 적어 연주자에게 주고는 그들의 직관을 끌어내려 했습니다. 음악보다 소음에 가까운 소리들을 만들어내며 ‘음악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러나 본인은 음악을 파괴하지 않았고 새로운 것을 더했을 뿐이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헬리콥터 현악 사중주 세계 초연에 사용된 헬리콥터들의 이미지입니다.
세계 초연에 사용된 헬리콥터들 (출처 : wikipedia.org)

 

  [헬리콥터 현악4중주] (Helicopter String Quartet)는 원래 슈톡하우젠이 1977년부터 2003년까지 요일을 소재로 한 7개의 연작 오페라 [빛](Licht)의 작곡에 전념하였는데, 이중 '수요일'(Mittwoch)에 등장하는 곡입니다. [빛]은 공연에만 총 29시간이 걸리는 탓에 7부작 전체가 공연된 적이 없으며, '수요일' 역시 1997년 완성 이후에 부분적으로만 연주됐을 뿐, 작품 전체가 빛을 본 적은 없었습니다. 

 

   [헬리콥터 현악 4중주]는 1991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의 한스 란데스만(Hans Landesmann) 교수의 의뢰로 만들어졌습니다. 1994년 오스트리아 공군과 TV 채널들의 도움을 받아 초연하려 했으나 오스트리아 녹색당이 “이런 작품을 연주하기 위해 공기를 오염시킬 수 없다”는 이유로 반대해 무산되었다가 1995년 아르디티 현악 4중주단(Arditti Quartet)의 연주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초연되었습니다.  

 

  하지만 [헬리콥터 현악 4중주]는 쉽게 연주하기가 어렵습니다. 이 곡을 듣고 싶다면, 일단 현악 4중주단을 구성하는 악기를 연주할 사람들을 섭외해야 합니다. 여기까지는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그다음인데네 대의 헬리콥터와 조종사들, 그리고  4명의 엔지니어와 4명의 영상 전송자 등이 필요합니다. 그러므로 연주하기 위해서 가장 많은 비용이 지출해야 하는 곡이라고 합니다. 

 

  연주하는 공연이 이루어지는 것도 쉽지 않지만 이 곡을 감상하는 것도 어려울 수 있습니다. [헬리콥터 현악 4중주]를 처음 듣는 이들에게 낯설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귀에 거슬리는 소음으로 들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헬리콥터 현악 4중주]는 바이올리니스트 2명과 비올리스트와 첼리스트 각각 1명이 헬리콥터 한 대씩에 앉아 비행 중에 연주하는 모습을 조합한 곡입니다. 헤드폰을 통해 서로의 소리를 듣는 방식으로 앙상블을 이룹니다. 현악 4중주단이 헬기에서 각각 실제 연주를 하면 그 영상을 지상에서 전송받은 후 취합하여 모니터를 통해 관객들에게 들려주는 방식입니다. 음악은 반복되는 빠른 음을 연주하는 트레몰로(음이나 화음을 빨리 규칙적으로 떨리는 듯이 되풀이하는 주법)와 미끄러지듯 소리 내는 글리산도 등으로 이루어져 음악이라기보다는 소음에 가까운 소리로 들립니다. 연주자들은 연주 중간에 악기와 더불어 자신의 목소리를 냅기도 합니다. 이런 모든 소리들이 기체의 프로펠러 소리와 섞여 더욱 생소한 음악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이런 연주가 30분 정도 이어지는데 개인적으로는 이것을 끝까지 듣기가 쉽지는 않더군요.

 

 이렇게 기이한 작품은 지금까지 네덜란드,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영국에서 실황 공연이 있었습니다.  [헬리콥터 현악 4중주]가 초연된 직후에 평단의 반응은 극과 극으로 나뉘었다고 합니다. 작곡가의 상상력과 독창성이 놀랍다고 칭송하는 것과 거창하지만 멍청한 유희라는 비판을 받았다고 합니다.

 

감상하기!

  2012년 영국 버밍엄에서 공연한 엘리시안 콰르텟(Elysian Quartet)의 연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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