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지만 시와 음악이 조화를 이루며 사랑하는 마음을 전하는 독일 가곡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바로 슈만의 <미르테의 꽃>에 첫 번째 곡인 “헌정”이란 곡입니다.
슈만은 당시 유명한 피아노 교사였던 프리드리히 비크의 집에서 하숙하며 레슨을 받습니다. 비크에게는 클라라라는 딸이 있었는데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었지요. 클라라는 슈만을 사랑하게 되는데, 9살이나 어린 그녀의 사랑에 부담을 느껴 거절합니다. 하지만 그녀의 계속되는 애정 표현에 결국 슈만도 그녀와 열애를 시작하게 됩니다. 이때가 클라라의 나이가 16세였지요.
하지만 비크는 두 사람의 관계를 반대합니다. 18세에 클라라가 정식으로 결혼을 요청하지만 비크는 완강하게 반대합니다. 그러자 슈만은 라이프치히 법원에 결혼 허가 소송을 통해 결국 1840년 클라라가 21세 때 결혼할 수 있게 되지요.
결혼식 전날이자 클라라의 생일인 9월 11일 슈만은 결혼을 기념하기 위해 그가 좋아하는 괴테, 바이런, 라이너 등의 시를 바탕으로 가곡 26곡을 만들어 <미르테의 꽃 Myrten op.25>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그리고 이 가곡집을 클라라에게 헌정했지요. ‘미르테’는 고대부터 결혼과 신부를 상징하는 꽃으로 사용되어 왔습니다. 특히 유럽에서는 신부의 부케나 화관에 자주 포함되어 순수함과 사랑을 나타냈어요.

<미르테의 꽃>에 수록된 곡들은 사랑, 기쁨, 슬픔 등 다양한 감정을 담고 있는 가곡집으로, 각 곡마다 독특한 분위기와 정서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 가곡집의 첫 번째 곡이 “헌정”(Widmung)인데, 프리드리히 뤼케르트(Friedrich Rückert, 1788-1866)의 시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가사에는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깊은 애정과 헌신이 담겨 있습니다. 아래 가사를 읽어보세요. 구구절절 사랑을 표현하는 것이 가득하네요.
헌정 가사
Du meine Seele, du mein Herz,
당신은 나의 영혼, 나의 심장이요,
Du meine Wonn', o du mein Schmerz,
당신은 나의 기쁨, 오 당신은 나의 고통이요,
Du meine Welt, in der ich lebe,
당신은 내가 사는 세계요,
Mein Himmel du, darein ich schwebe,
당신은 나의 하늘, 그 속에서 나는 떠다니네,
O du mein Grab, in das hinab
오 당신은 나의 무덤, 그 안에
Ich ewig meinen Kummer gab.
나는 영원히 나의 근심을 묻었네.
Du bist die Ruh, du bist der Frieden,
당신은 안식, 당신은 평화,
Du bist vom Himmel mir beschieden.
당신은 하늘에서 나에게 주어진 선물이요.
Dass du mich liebst, macht mich mir wert,
당신이 나를 사랑한다는 사실이 나를 가치 있게 만들고,
Dein Blick hat mich vor mir verklärt,
당신의 시선이 나를 밝게 비추며,
Du hebst mich liebend über mich,
당신의 사랑이 나를 끌어올리니,
Mein guter Geist, mein bess'res Ich!
당신은 나의 선한 영혼, 나의 더 나은 자아!
“헌정”이란 곡의 흐름은 빠르고 열정적인 도입부에서 부드럽고 서정적인 중간 부분을 지나 다시 열정적으로 고조되는 후반부로 마무리됩니다.
슈만의 곡을 받게 된 클라라의 마음은 어떠했을까요? 가곡이지만 피아노 연주를 하면서 자신을 향한 슈만의 사랑을 느꼈을 것입니다.
하지만 다음날 결혼식에 아버지 비크는 참석하지 않았고, 멘델스존 등의 소수의 지인들만 참석했습니다. 완고한 성격의 비크가 딸의 결혼을 축복할 수 없었겠지요.
슈만과 클라라는 8명의 아이를 낳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슈만이 정신질환으로 입원하게 되면서 오래 지속되지는 못했지요. 비크의 완고한 태도도 문제지만, 그가 슈만의 불안정한 기질, 감정 기복, 우울증 증세 등을 이유로 결혼을 반대한 것은 틀리지 않았네요.
클라라와 비크의 관계는 어떠했을까요? 결혼식 직후 왕래가 없었다가, 클라라가 자녀를 낳으면서 비크가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했고, 클라라도 아버지와의 관계 회복을 위해 노력을 했지요. 하지만 두 사람의 완전한 화해는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클래식 역사에서 슈만과 클라라의 사랑 이야기는 아주 유명합니다. 또한 슈만이 클라라와의 사랑을 표현한 곡들은 오늘날까지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가곡보다는 프란츠 리스트의 편곡 버전이 오늘날 더 자주 연주되고 있답니다.
감상하기
슈만의 사랑의 마음을 느끼도록 남자 성악가 노래를 생각했는데, 조수미 님의 노래가 너무 아름답고 서정적이네요.
https://youtu.be/sJLN8BHUyjY?si=USpr8LWiN6QxOSsK
Evgeny Kissin의 연주로 리스트의 편곡도 한번 감상해 보세요. Jorge Bolet의 연주도 좋은데 너무 낭만적이라...
https://youtu.be/-5_jzx1mPLA?si=vsO8muxF2Xvpbif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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