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 The birth of Ven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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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이야기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 The birth of Venus>

by 다시채 2024. 7. 13.

  이번에는 르네상스 시작을 알리는 작품이면서도 훗날 여성 누드화의 영감을 준 이탈리아 화가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에 대하여 알아보려고 합니다.


  보티첼리(Sandro Botticelli, 1444?~1510)는 르네상스 시대의 3대 거장(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은 아니지만 르네상스 미술의 서막을 알리는 걸작을 남겼습니다. 원래 이름은 “알렉산드로 디 마리아노 데이 필리페피”입니다. 보티첼리는 ‘작은 통나무’라는 뜻으로, 그가 작고 뚱뚱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그는 결혼을 두려워해서 평생 독신으로 살았습니다. 하지만 가냘프고 부드러운 여인의 아름다움을 그린 화가로 유명합니다.
 
  <비너스의 탄생>은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 중 하나이고, 미술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누드화입니다. 그때까지 그림과 조각의 누드모델은 모두 남성이었습니다. 이전까지의 여성의 육체는 선악과를 따먹은 죄로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이브의 육체가 전부였습니다. 그러니까 이브의 육체는 수치심을 표현한 것인데, 이 작품은 비너스라는 여신의 아름다움의 탄생을 묘사한 것입니다.
 
  이 작품은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 대표하는 명문가의 메디치의 로렌초 디 피에르 프란체스코가 자신의 결혼을 기념하여 주문 제작한 그림입니다. 보티첼리가 이 그림의 영감을 어디에서 받았는지에 대하여 여러 의견이 있지만 1448년 피렌체에서 출판된 그리스 시인 데메티리오스 칼론디레스의 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시를 읽어보면 이 작품을 이해하기 쉽습니다.
 

당당하게 황금관을 쓴 아름다운 아프로디테여,
넓게 퍼지는 바다 물결 위의 부드러운 거품을 타고
제피로스의 촉촉한 입김에 밀려
키프로스의 바닷가의 영지에 도착한 그대를 위해 노래하리라

 
  비너스의 얼굴은 당시 피렌체 당대 최고의 미인이었던 시모네타 베스푸치(1453-1476)의 얼굴을 그려 넣었습니다. 안타깝게도 그녀는 22세 무렵 결핵으로 요절하였는데, 메디치 가문의 줄리아노의 애인이었습니다.
 

보티첼리의 &lt;비너스의 탄생&gt;을 볼 수 있는 이미지입니다.
비너스의 탄생, 1486년 경, 172.5 x 278.5cm,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

 
  비너스(그리스어 아프로디테, 거품이란 단어에서 유래)는 로마 신화에 나오는 사랑과 아름다움의 여신입니다. 태어났을 때부터 어른의 모습을 하고 있었던 비너스가 커다란 조개껍질에 실려 키프로스 섬에 막 도착하는 순간이 그려져 있습니다.
 
  이 작품에서 조개껍질의 그림자를 보니 빛은 왼쪽에서 비칩니다. 하지만 그림의 운동감은 빛과 정반대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향합니다. 그림 왼편 날개가 날린 커플은 서풍의 신 제피로스(새벽의 여신의 아들)와 그의 여인인 꽃과 번영의 여신 클로리스입니다. 그들은 비너스를 육지로 데려가기 위해 입으로 부드럽게 바람을 만들어 보내주는데, 제피로스가 클로리스보다 더 세게 바람을 불러일으키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 때문에 비너스의 머리카락과 오른쪽에 있는 숲이나 물에서 사는 님프(계절의 신 호라이라고도 함)가 비너스에게 입혀주려는 옷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습니다.
 
  비너스의 몸도 바람 때문에 오른쪽으로 기울어져 있습니다. 보티첼리는 해부학적 신체비례를 지키지 않고 있습니다. 자세히 보면 오른쪽 어깨와 왼쪽 어깨가 다릅니다. 왼팔은 마치 탈골된 것처럼 가슴부위에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런 왜곡은 오른쪽으로 기우는 신체의 균형을 잡기 위한 것입니다. 비너스가 활처럼 약간 휘어진 자세로 인해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한 것이죠.
 
  비너스는 손과 머리카락으로 신체의 일부를 가리고 있는데, 고대 조각상들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자세입니다. 전통적으로 여성이 치부를 드러내지 않는 것이 미덕입니다. 비너스의 이런 자세를 ‘베누스 푸디카 Venus Pudica’(정숙한 비너스)라고 하는데, 여인의 순결함을 상징합니다.
 
  한쪽 무릎을 구부리며 몸을 살짝 틀어 S자 모양을 하고 있는데, 이것을 ‘콘트라포스토(contrapposto)’라고 합니다. 차렷 자세를 하고 똑바로 서 있는 ‘아르카익(archaic)’ 자세와 다르게 긴장과 이완의 대비가 두드러지며 여인의 몸을 더욱 아름답게 만드는 효과가 있습니다.
 
  또한 비너스는 오른발을 약간 들고 왼발로 서 있는 모습입니다. 이런 자세는 두 발로 뻣뻣하게 서 있는 자세보다 한결 더 우아하고 부드러운 실루엣을 부여합니다. 오늘날에도 모델들이 패션쇼나 광고 사진을 위해 포즈를 취할 때 허리를 살짝 뒤튼 듯한 이런 자세를 취하고 있습니다.

  비너스의 주변에는 비너스의 탄생을 알리는 상징들이 있습니다. 분홍 장미꽃잎들이 흩날리고 있는데, 장미는 사랑과 아름다움을 상징합니다. 또한 님프가 비너스에게 입히려 주려는 옷에는 진분홍 바탕에 수놓은 꽃들은 모두 탄생과 출발을 의미하는 봄꽃입니다. 이러한 봄꽃은 또한 피렌체(플로란스)라는 도시를 상징하기도 합니다. 피렌체가 꽃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이 부드럽고 밝은 색채와 섬세한 묘사 그리고 안정적인 삼각형 구도로 그려진 <비너스의 탄생>은 결혼한 부부의 아름다운 출발을 축하하는 작품입니다. 또한 이 작품은 중세의 어둡고 절제된 신성함을 표현하려는 틀에서 벗어나, 자연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려 했던 당시 미술가들의 욕구를 대변한 것이기에 르네상스 정신의 탄생을 의미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참고로 미의 여신인 비너스는 몸의 완벽한 균형을 보여주어야 하기 때문에 항상 누드로 표현됩니다. 이 작품은 후대에 누드화 탄생에 큰 영감을 주었습니다. 이뿐 아니라 이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향수도 있네요.^^

 

    누드화와 관련된 후대의 작품을 계속해서 포스팅합니다. 아래 글을 참고하세요.

https://dasichae.tistory.com/299

 

티치아노의 <우르비노의 비너스 Venus of Urbino>

서양 누드화는 어떻게 발전했을까요? 지난 미술에 대한 포스팅은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이란 작품이었습니다. 그 이후 누드화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티치아노의 우르비노의 비너스>

dasicha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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