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딜리아니의 <큰 모자를 쓴 잔 에뷔테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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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이야기

모딜리아니의 <큰 모자를 쓴 잔 에뷔테른>

by 다시채 2024. 6. 18.

  전무후무한 독특한 화풍으로 그림을 그렸던 모딜리아니의 아내 초상화인 <큰 모자를 쓴 잔 에뷔테른>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탈리아에서 태어났지만 프랑스 파리에서 활동한 모딜리아니(Amedeo Modigliani, 1884~1920)의 회화는 아주 독특합니다. 당시 유행한 어떠한 기풍에도 영향을 주고받지 않은 독창적인 세계를 만들어 나갔습니다. 주로 초상화와 누드화를 많아 그렸는데, 그의 작품 속의 인물은 길고 얇은 몸매, 긴 코와 목, 갸름한 얼굴로 묘사됩니다.
 
  <큰 모자를 쓴 잔 에뷔테른>은 모딜리아니의 연인이자 아내인 잔 에뷔테른(Jeanne Hébuterne, 1898-1920)의 초상화입니다. 아주 잘생긴 모딜리아니는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가 사랑했던 여인은 잔 에뷔테른입니다. 1917년 33세의 모딜리아니는 몽파르나스의 카페에서 14세 연하의 화가 지망생 잔 에뷔테른을 만나 사랑에 빠집니다. 두 사람은 동거를 하면서 임신을 하게 되자 약혼을 했습니다. 원래 폐가 좋지 않았던 모딜리아니는 술과 약에 지들어 살았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잔을 의지하는 것이 점점 심해졌습니다.
 

<큰 모자를 쓴 잔 에뷔테른>이란 작품을 볼 수 있는 이미지입니다.
54 x 37.5cm, 1918-1919년경, 개인 소장

 
  1917년 레오로드 즈보로우스키의 지원과 기획으로 모딜리아니는 처음으로 개인전을 열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홍보를 위해 입구 창가에  걸어두웠던 누드화를 본 경찰관의 시비로 전시회는 중단되고 말았습니다. 그로 인해 모딜리아는 경제적으로 어려워졌습니다. 아이도 태어났는데 폐결핵을 앓고 있는 모딜리아니의 건강은 더욱 악화되자 잔은 어쩔수 없이 아이를 데리고 친정으로 돌아가야했습니다.
 
  이렇게 헤어진 두 사람은 쉽게 만날 수 없었습니다. 부유한 잔의 집안사람들은 그녀가 모딜리아니를 다시 만나게 하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모딜리아니는 잔과 딸이 보고 싶을 때면 잔의 저택 앞을 기웃거리다 돌아가곤 했다고 합니다.
 
  혼자 살게 된 모딜리아니는 혼신의 힘을 다해 그림을 그렸는데, 주로 잔의 초상화를 많이 그렸습니다. 그러다가 1920년 차가운 겨울 어느 날 모딜리아니는 쓸쓸히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모딜리아니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 잔은 그다음 날 자신의 집 6층에서 뛰어내려 투신자살을 합니다. 그리고 둘은 3년 후 같은 곳에 묻히게 됩니다.

  <큰 모자를 쓴 잔 에뷔테른>이란 그림 속의 여성은 여성의 얼굴은 갸름하고 세련되며, 눈과 입술은 단순하게 표현되었습니다. 이는 주인공의 내면적인 아름다움을 강조합니다. 하지만 눈동자가 없네요. 이런 모딜리아니를 심리 분석가들은 모델의 눈도 제대로 못 본 소심한 사람이라고 평가하지만 눈동자를 그리지 않은 이유는 다른데 있었습니다.
 
  어느 날 잔은 자신의 초상화에서 왜 눈동자를 그리지 않느냐 모딜리아니에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고 합니다. “내가 당신의 영혼을 알게 되면, 그때 당신의 눈동자를 그릴 것입니다.” 눈도 똑바로 쳐다볼 수 없을 만큼 숙맥이었던 게 아니라, 어찌 감히 그녀의 눈을 그릴 수 있겠느냐는 마음을 갖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사실  아래 확대한 그림을 보시면 눈동자가 희미하게 그려져 있는데 왼쪽 눈이 더 선명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희미한 눈동자를 볼 수 있게 확대한 그림의 이미지입니다.
눈동자를 볼 수 있게 부분 확대한 그림

 
  <큰 모자를 쓴 잔 에뷔테른>의 배경은 단순하게 처리되어 주인공의 얼굴을 더욱 강조합니다. 모자는 그녀의 개성과 독특한 스타일을 상징합니다. 큰 모자는 그녀의 자신감과 독립심을 나타냅니다. 하지만 그녀의 얼굴에는 눈동자가 없습니다. 그래서 쓸쓸함, 고독함, 애잔함 등의 모든 감정이 화면을 가득 채우는 듯합니다. 이런 표현을 통해 모딜리아니는 주관적이고 내면적인 면을 강조하였습니다. 모딜리아니의 작품은 그의 생전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그의 후대 작가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고, 그의 독특한 스타일과 개성은 오늘날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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