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께서 십자가 위에 달려 일곱 말씀을 하신 것으로 많은 음악이 만들어졌는데, 그중 하이든의 <십자가 위의 일곱 말씀>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종교인이 아니라도 상관없다. 이 곡이 주는 경건함은 듣는 이의 귀와 마음을 모두 정화시키고 무엇보다도 겸손하게 만든다. 나는 스스로 내가 작아질 필요가 있을 때, 이 곡을 오디오 위에 올려놓는다. 그러면 그 여덟 개의 라르고가 서서히 나를 경건하게 만들고 낮추어준다.”
이 글은 정신과 의사이자 클래식 마니아로 알려진 박종호 님의 <내가 사랑하는 클래식 2> 중2> 하이든의 <십자가 위의 일곱 말씀>을 마무리하는 글의 맨 마지막 부분입니다.
종교가 없는 분인데도 하이든의 <십자가 위의 그리스도 최후의 일곱 말씀>를 듣기 위해 오스트리아 아이젠슈타트를 방문하였고, 공연이 시작되자 말할 수 없는 전율을 느끼고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고 합니다.
박종호 님의 글을 읽고 책에서 추천하는 CD 두 장을 주문했습니다. 두 음반을 모두 들어보았으나 전혀 감동이 느껴지지 않더군요. 종교가 없는 분도 전율을 느끼는데 약간의 신앙심이 있는 저에게는 아무런 감흥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잊혀진 음악이 될 뻔했으나 수년 전 고난주간을 맞이하여 마음을 굳게 먹고 이 곡을 열심히 감상하려고 노력을 했고, 지금은 고난주간에는 한 번쯤 감상하는 레퍼토리가 되었습니다.
예수께서 십자가 위에서 하신 일곱 말씀은 음악으로 16세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식으로 작곡되고 있습니다. 원제목은 <Die sieben letzten Worte unseres Erlosers am Kreuze 십자가 위의 그리스도 최후의 일곱 말씀>인데, 너무 길어서 ‘십자가 위의 일곱 말씀’이나 '가상칠언'이라고 부릅니다.
<십자가 위의 일곱 말씀>은 1785년 스페인의 카디스 성당의 성 금요일 전례에서 예수께서 십자가 위에서 하신 마지막 일곱 말씀에 관한 설교말씀 사이에 연주되는 관현악곡으로 작곡되었습니다. 스페인의 어느 공작의 작곡 요청으로 완성된 관현악곡은 처음의 서주와 마지막의 지진 연주가 더해져 모두 9곡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연주 자체를 위한 곡이 아니라 일곱 말씀을 설교한 이후 묵상하는 의미로 작곡했기 때문에 마지막 지진을 표현하는 악장을 제외하고는 템포도 느리고 화성도 비교적 안정적입니다(마지막 ‘지진’만 프레스토로 시작).
완성된 곡에 대하여 하이든은 스스로 흡족했던지 같은 해에 현악 4중주곡으로 편곡을 했습니다. 1795년 독일의 파사우(Passau)의 성당에서 하이든은 자신의 작품을 성악곡으로 편곡해서 연주하는 것을 듣고, 슈비텐에게 가사를 의뢰하여 소프라노, 알토, 테너, 베이스의 독창자 4명과 4성부 합창, 그리고 오케스트라를 위한 합창 편곡을 준비하였습니다. 1796년에 완성된 오라토리오 <십자가 위의 일곱 말씀>은 모두 10곡으로 구성되며, 1부와 2부로 나누어 각각 관현악 서주와 4개의 합창곡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오라토리오 버전은 가사가 추가되면서 기악곡들에 비해 악상이나 음정이 조금 더 강조되고 극적인 진행을 보이는 부분이 있습니다.
1787년에는 피아노곡이 발표되었는데, 하이든이 직접 편곡한 것은 아니고 다른 사람이 편곡한 것을 추인만 한 것입니다.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쳐 하이든의 <십자가 위의 일곱 말씀>은 관현악 버전, 현악4중주 버전, 오라토리오 버전, 피아노 버전 등 다양한 연주가 가능하게 되었고, 버전에 따라 느낌도 조금씩 달라지게 되었습니다.
아래는 신약성경의 사복음서에서 발견되는 예수께서 십자가 위에서 하신 일곱 마디의 말씀입니다.
제1언 “아버지 저들을 사하여 주옵소서 자기들이 하는 것을 알지 못함이니이다”
제2언 “내가 진실로 네게 이르노니 오늘 네가 나와 함께 낙원에 있으리라”
제3언 “(마리아에게) 여자여 보소서 아들이나이다 (제자에게) 보라 네 어머니라”
제4언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
제5언 “내가 목마르다”
제6언 “다 이루었다”
제7언 “아버지여, 내 영혼을 아버지 손에 부탁하나이다”
작곡가 하이든에 대한 내용은 아래의 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https://www.dasichae.kr/2023/07/Franz-Joseph-Haydn.html
비교 감상하기!
오라토리오 버전은 헤르만 셰르헨(Hermann Scherchen)의 지휘로 1962년 빈에서 녹음되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3OBa431xI2E
아쉽게도 앙상블 오푸스 포스트(Ensemble Opus Posth)의 연주는 유튜브에 없습니다. 기돈 크레머의 부인이었던 바이올리니스트 타티아나 그린덴코(Taliana Grindenko)가 창설한 앙상블 오푸스 포스트의 연주는 현악 4중주의 악기들을 모두 두 배로 확장하고 콘트라베이스를 추가하여 아홉 명으로 편성되었습니다.
링크하는 현악4중주 연주는 멤버가 화려합니다. 기돈 크레머(Kremer), 토마스 체헤트마이어(Zehetmair), 킴 개시캐시언(Kashkashian), 미샤 마이스키(Maisky)의 1985년 연주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_4gDI59U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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