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종교음악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가톨릭의 성모송인 아베 마리아의 뜻과 대표적인 클래식 곡들을 살펴보고, 감상해보고자 합니다.
클래식을 즐겨 듣지 않은 분들이나 종교가 가톨릭이 아닌 분들도 '아베 마리아'라는 노래는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제가 '아베 마리아'를 처음으로 알게 된 것은 김승덕의 [아베 마리아]라는 가요 때문이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가톨릭의 성모송(聖母頌)이란 것을 알게 되었지요.
먼저 아베 마리아(Ave Maria)의 뜻을 살펴볼까요? Ave Maria에서 Maria는 예수님을 낳은 마리아를 말하는 것이고, Ave는 라틴어로는 '문안드리다, 인사하다'라는 뜻을 또한 그리스어로는 성스럽다, 고귀하다, 숭배하다 란 뜻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아베 마리아를 직역하면 '안녕하세요? 마리아', 의역하면 '마리아께 찬미를'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마리아를 찬미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성경을 보면 가브리엘 천사가 마리아를 찾아와 ‘아베 마리아’라고 인사를 하면서 성령으로 예수를 잉태하게 될 것을 알려줍니다. 마리아는 예수님의 탄생부터 십자가 죽음까지 예수님 곁에 머물렀기에 가톨릭에서는 성인(聖人)으로 여기고 있으며, 많은 작곡가들이 성모송(聖母頌)을 만들어 마리아를 찬미했던 것입니다.
마리아를 찬미하는 훌륭한 곡들이 많이 작곡되어 독창곡이나 합창곡으로 많이 연주되고 있습니다. 그중 대표적인 3대 아베 마리아는 슈베르트, 구노, 그리고 카치니(바빌로프)의 곡이 많은 사랑을 벋고 있습니다. 이 세 곡의 공통점은 바로 성모 마리아를 찬미하는 내용을 담은 매우 아름다운 곡이라는 것입니다. 아베 마리아는 가톨릭 신자가 아니더라도 경건하고 차분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는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슈베르트의 '아베 마리아'
원래 슈베르트의 '아베 마리아' 가사는 기톨릭의 기도문이 아니라, 월터 스콧의 영어 시를 독일어로 번역한 것입니다. 이 곡을 라틴어 가사로 바꿔서 부를 때는 가톨릭의 성모송(가톨릭 기도문)을 그대로 가져다 쓴다고 합니다.
1825년 슈베르트는 영국 시인 월터 스콧의 13개의 시로 구성된 서사시 [호수의 여인](Lady of the Lake) 중 필립 아담 슈토로크(Philip Adam Storck)가 독일어로 번역한 7개의 시에 곡을 붙였습니다. 남성 성부 2곡, 보컬 앙상블용 2곡, 그리고 3개의 '엘렌의 노래'가 바로 그것입니다. 이 엘렌의 노래 중 세 번째 곡인 '아베 마리아 D.839"는 소녀 엘렌이 영토를 수호하기 위해 전쟁에 나선 부족 사람들을 돌보아 달라며 동정녀 마리아를 향해 기도하는 내용입니다.
슈베르트의 '아베 마리아'는 유절 형식으로 단순하고, 상대적으로 그의 다른 가곡들에 비하면 음악성이 뛰어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아름다운 선울 그 자체만으로 이런 보든 약점들을 넘어서는 곡이다.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은 지금까지도 '아베 마리아'라고 하면 가장 먼저 슈베르트의 작품을 떠올리는 것 같습니다.
바흐-구노의 '아베 마리아'
프랑스 작곡가 샤를 구노(Charles F. Gounod, 1818~1893)는 1853년에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곡집](Well-tempered Cclavier)의 첫 번째 곡을 각색해 [바흐의 전주곡에 붙인 명상곡](Meditation sur Le Premier Prelude de Piano de J.S Bach)이라는 제목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곡을 만들었습니다. 그 후 이 곡에 1859년 가사를 붙여서 완성된 곡이 바로 '아베 마리아'입니다. 그래서 작곡자명을 표기할 때 'Bach-Gounod(바흐-구노)'라고 표기합니다.
구노의 '아베 마리아'는 성악가들이 특히 좋아하는 곡이라고 합니다. 선율도 물론 아름답지만, 곡의 기술적인 측면으로만 보면 슈베르트의 '아베 마리아'보다 훨씬 난도가 높아 성악가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더 뽐낼 수 있는 곡이기 때문입니다.
카치니(바빌로프 )의 '아베 마리아'
이 곡은 우리나라에서 레베카 루커의 크로스오버 버전이 [천국의 계단]이란 드라마의 OST에 삽입되면서 크게 알려졌습니다. 이곡의 작곡가는 16세기 이탈리아 출신의 작곡가 줄리오 카치니(Giutio caccini, 1550?-1618)로 알려졌는데, 사실은 카치니의 작품이 아닙니다. 1970년 러시아의 무명 작곡가인 블라디미르 바빌로프(Vladimir Vavilov, 1925-1973)가 작곡하며 발표하였을 때 무명 작곡가의 곡이라 무시당할 것을 우려하여 작곡자를 16세기 작가 미상으로 표기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바빌로프의 곡이지만 아직도 카치니의 ‘아베 마리아’로 불리고 있습니다.
이 곡의 특징은 가사가 오로지 '아베 마리아'로만 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곡의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아베 마리아'만을 부르짖기 때문에 더욱더 절절하고, 애처롭고, 구슬픈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기술적으로는 전체적으로 프레이즈가 길기 때문에 다른 곡들보다 더욱 깊은 호흡을 필요로 한다고 합니다.
감상하기!
감상하실 곡은 소프라노 조수미 님이 부르는 슈베르트의 '아베 마리아'입니다. 2006년 프랑스 파리의 샤틀레 극장에서 독창회를 준비하던 조수미는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을 전해 듣게 됩니다. 공연을 취소하고 귀국하려고 했지만 어머니가 관객들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만류했다고 합니다. 조수미는 슬픔을 참으며 무대에 올라 공연을 무사히 마쳤습니다. 이 무대에서 앙코르 곡을 부를 때 비로소 관객들에게 아버지의 부고를 전했습니다. 그래서 조수미가 부르는 아베 마리아는 더욱 눈물샘을 자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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