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이 수록된 오페라 [나부코]는 베르디가 인생의 깊은 고통 가운데서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이 오페라가 작곡된 배경 이야기를 통해 고난 속에서도 기회를 찾을 수 있는 교훈을 배울 수 있습니다. 한글 가사는 아래쪽에 있습니다.
이탈리아 부세토 근교의 작은 시골마을에서 태어난 주세페 베르디(Giuseppe Fortunino Francesco Verdi, 1813-1901)는 오페라로 유명합니다. 그는 87세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리골레토, 일 트로바토레, 라 트라비아라, 아이다, 오텔로 등 그의 5대 오페라를 포함하여 총 26편의 오페라와 다른 작품들을 남겼습니다.
그의 오페라의 영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보여주는 농담이 있습니다. 만일 베르디의 오페라가 없었다면 세계적으로 유명한 오페라극장에서 1년 프로그램을 진행하기가 힘들었을 것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베르디는 세계 오페라 역사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인물이기 때문에 "오페라의 왕"이라고 불립니다. 이런 성공의 시작은 오페라 [나부코](Nabucco)가 상상하지 못한 놀라운 성공을 거두게 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베르디의 첫 번째 오페라가 가능성을 보이자 라 스칼라 극장과 3편의 오페라 계약을 맺게 됩니다. 하지만 그다음 작품이 흥행에 실패합니다. 가정적으로도 연속된 불행이 찾아왔는데, 3년 사이에 해마다 딸, 아들, 아내가 차례대로 죽게 되는 슬픔을 겪게 됩니다. 베르디는 음악에 대한 의욕을 상실하고 우울증에 빠져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이런 가운데 라 스칼라 극장의 지배인 바르톨로메오 메렐리가 작곡을 독촉하며 오페라 원고를 건네줍니다. 그 후 어느 날 베르디는 집에 돌아와서 던져놓았던 대본을 우연히 보게 됩니다. 대본 가운데 그의 눈을 사로잡았던 문구가 있었습니다. “가라, 내 마음이여 금빛 날개를 타고....”라는 부분입니다. 이 대목은 유대인들이 힘들고 고달픈 바벨론의 포로생활 가운데 고향을 향한 간절한 그리움과 힘든 시간을 잘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주시기를 위하여 기도하는 내용입니다. 이 대본과 베르디 자신이 처한 상황이 정확하게 오버랩이 되다 보니, 깊은 감정이 우러나오는 아름다운 곡을 완성하게 된 것입니다.
[나부코]는 바벨론의 왕 느브갓네살(나브카드네자르)의 줄임말인데 이탈리어어입니다. [나부코]는 성서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오페라이지만 내용적으로는 오늘날의 막장 드라마 같은 요소가 다분합니다. [나부코]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를 통해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오페라 [나부코] 가운데 유명한 합창이 나옵니다. 나부코의 침공으로 예루살렘이 무너져 히브리인들은 바빌론에 포로로 끌려오게 되었습니다. 히브리인들이 유프라테스 강가에 앉아 고국을 생각하며 부르는 노래가 그 유명한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입니다. “가라 내 마음이여 금빛 날개를 타고....”라는 노래가 울려 퍼졌을 때 이탈리아인의 심금을 울렸습니다. 당시 이탈리아는 오스트리아의 식민지배를 당하고 있던 상황이었기에 이 노래에 통해 자신들의 암울한 현실을 떠올리게 되었던 것입니다.
베르디의 [나부코]는 생각할 수 없는 대성공을 거두게 됩니다. 이탈리아인들은 "Viva Verdi"(베르디 만세라는 뜻이지만 '이탈리아 왕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만세'의 약어로 사용됨)라고 담벼락에 낙서를 하며 독립에 대한 염원을 나타낸 것이 그의 성공을 잘 보여준다고 할 있습니다.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은 이탈리아에서 독립운동을 상징하는 노래가 되었는데, 지금도 제2의 애국가처럼 많은 사랑을 받으며 공연이 이루어질 때에도 두 번씩 연주되는 것이 일반화되었다고 합니다.
사실 이러한 성공은 초연을 준비하는 리허설에서부터 성공적인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었습니다.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원뿐 아니라 무대 설치 작업을 하는 사람들, 청소하는 사람들까지 모두 일손을 놓고 이 곡에 넋을 잃었다고 할 정도였고 하니까요.
정말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 처하면 무기력해집니다. 하지만 이런 고난 가운데도 기회가 있다는 것을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이 클래식 음악입니다. “가라 내 마음이여 금빛 날개를 타고....”라는 가사는 베르디가 우울증과 무기력에서 창작할 수 있는 영감을 주었습니다. 이 노래가 울려 퍼졌을 때 이탈리아인의 마음을 하나로 묶어 독립을 향한 열망을 표출하게 만드는 상상하기 힘든 성공을 만들었습니다. 우리에게도 이렇게 상황을 반전시키는 놀라운 기회가 찾아올지도 모릅니다. 그러므로 인생의 고통을 느끼는 한 복판에서도 절대 좌절하지 마십시오.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르니까요!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 한글 가사
가라, 내 마음이여
황금빛 날개를 타고 언덕 위로 날아가라
훈훈하고 다정하던 바람과 향기롭던 나의 고향
요단강의 푸른 언덕과 시온 성이 우리를 반겨주네
오, 빼앗긴 위 대한 나의 조국이여
오, 절망으로 가득 찬 소중한 추억이여
선지자의 금빛 하프여
그대는 침묵을 지키고 있네
우리 기억에 다시 불을 붙이고
지나간 시절을 이야기해 다오
예루살렘의 잔인한 운명처럼
쓰라린 비탄의 시를 노래 부르자
이 고통을 참을 수 있도록
주님이 우리에게 용기를 주시리라
더 자세한 내용을 알기를 원하시면....
1. 당시 이탈리아를 지배하던 오스트리아 쪽의 상황을 알 수 있는 글입니다.
2023.05.31 - [함께 듣고 싶은 클래식/교향곡(관현악)] - 빈 신년음악회 앙코르 곡으로 유명한 슈트라우스의 라데츠키 행진곡(Radetzky March)
2. 오페라 [나부코]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있는 글입니다.
https://www.dasichae.kr/2023/06/Verdi-Nabcco.html
감상하기!
이제 영상으로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을 들어보시죠. 제임스 레바인이 지휘하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극장 실황판입니다. 앙코르가 이루어지고 있네요. 합창단원들이 노래뿐만 아니라 히브리 노예들의 상황을 표현하는 모습도 잘 보시면서 감상해 보시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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