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공연된 오페라이며, 베르디의 대표 오페라일 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많이 공연되는 오페라 중의 하나인 [라 트라비아타]를 소개합니다. 작곡가 베르디의 개인적인 삶이 반영된 부모와 자식의 갈등이 묘사된 작품입니다.
주세페 베르디(Giuseppe Fortunino Francesco Verdi, 1813-1901)
이탈리아 부세토 근교의 작은 시골마을에서 태어난 베르디는 어린 시절 음악적 재능은 있었지만 모차르트나 멘델스존 같은 신동은 아니었습니다. 부세토에서 부유한 상인 바레치의 도움으로 음악을 배우다가 밀라노에 가게 됩니다. 하지만 밀라노 음악원에 입학하기에는 실력이 부족하여 베르디는 2년 동안 밀라노에서 개인적으로 음악을 공부하게 됩니다.
베르디의 첫 번째 오페라 [오베르토]가 성공하지만 두번째 오페라는 참혹하게 실패합니다. 이런 베르디에게 라 스칼라 극장의 기획자 메렐리(Bartolomeo Merelli)가 오페라 대본을 하나를 억지로 떠밀게 되어 완성한 [나부코]가 아주 큰 성공을 거두게 됩니다. 이 부분은 이미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이란 제목의 글에서 자세하게 언급했으니 참고하세요.
그 후 베르디는 [롬바르디아인](1843), [에르나니](1844), [멕베스](1847) 등이 성공하게 되고, 베르디의 성숙기의 시작을 알리는 오페라는 [리콜레토](1851), [일 트로바토레](1853), [라 트라비아타](1853)가 탄생합니다. 세 개의 오페라는 대단했습니다. 이제 대중들뿐만 아니라 가수들도 베르디의 작품에서 주요 배역을 차지하려고 경쟁하게 되었거든요.
베르디는 장수하며 많은 오페라를 남겼는데 다음에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라 트라비아타 작곡 배경
베르디는 [일 트로바토레]를 초연한 지 불과 40일 만에 [라 트라비아타]를 발표합니다.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오페라를 완성할 수 있었던 이유는 파리에 머무는 동안 [동백꽃 아가씨]라는 연극을 보고 영감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동백꽃 아가씨]는 알렉상드르 뒤마 피스(삼총사, 몽테크리스토 백작 등으로 유명한 알렉상드르 뒤마의 아들)가 대본을 썼습니다.
동백꽃 아가씨의 여주인공은 귀족들에게 돈을 받고 하룻밤을 보내는 고급 창녀(코르티잔, courtesan)였습니다. 이런 과거 때문에 사랑하는 남자의 가족들에게 거부를 당하게 됩니다. 바로 이런 대목이 베르디가 주세피나 스트레포니를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되니 빠르게 오페라를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베르디가 첫 번째 부인과 사별 후, 소프라노 가수 주세피나와 결혼은 하지 않은 채 함께 살게 됩니다. 그러다 성공한 베르디는 부세토에 살고 싶어서 건물을 매입하지요. 부모님을 위해서는 부세토 외곽에 넓은 저택을 매입합니다.
하지만 보수적인 시골 마을에서 결혼도 하지 않고 사는 두 사람을 좋게 볼 수 없었습니다. 사실 그럴 만도 했습니다. 주세피나는 21세 때 테너 가수와 관계에서 두 명의 사생아를 출산했으며, 앞에서 언급한 라 스칼라의 지배인 메렐리와의 사이에서도 사생아 아들을 낳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작곡가 도니체티와도 애정 관계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렇다 보니 부세토 사람들은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베르디의 곁에 있는 주세피나에게 손가락질과 따돌림을 했던 것입니다.
베르디는 성당에도 나가지 않으며 마을 사람과의 관계를 끊어버립니다. 아버지도 심하게 반대했습니다. 그가 부모가 살던 집으로 베르디가 이사하면서 부모를 다른 곳으로 이사를 시키게 되는데, 이 문제 때문인지 어머니가 한달 후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베르디는 큰 충격을 받게 되고, 결국 두 사람은 파리로 떠나게 됩니다.
라 트라비아타(La Traviata)
이탈리아어 '라 트라비아타'(La Traviata)의 뜻은 '버려진 여자' 또는 '탈선한 여인'입니다. tra는 '사이에', via는 '길'을 뜻하고, a는 여성형 어미입니다. 길이 아닌 길 사이에 있다는 것은 탈선이나 버려진 여성이 되겠지요.
3막으로 구성된 [라 트라비아타]의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귀족 청년 알프레도는 파리의 살롱에서 화류계의 스타 비올레타를 만나게 됩니다. 알프레도가 사랑을 고백하게 되지만 비올레타는 거절하면서 동백꽃을 주며, 이 꽃이 시들어도 자기를 사랑하고 있으면 찾으라고 하지요. 결국 두 사람은 서로 사랑하게 됩니다. 그러나 알프레도의 아버지 제르몽이 아들 몰래 비올레타에게 아들을 위해 헤어져달라고 부탁합니다. 비올레타는 알프레도 곁을 떠나 파리의 사교계로 되돌아갑니다. 결핵이 심해진 비올레타는 쓸쓸히 죽어가는데, 진실을 알게 된 알프레도가 찾아오지만 그의 품에 안겨 죽음을 맞이합니다.
이렇게 사랑 때문에 부모 자식 간에 갈등이 발생하는 내용은 앞에서 언급한 베르디의 삶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베네치아 극장에서 초연된 [라 트라비아타]는 이탈리아 오페라 역사상 최악의 실패작이라는 혹평을 받습니다. 당시 사회가 받아들이기 힘은 스토리와 폐렴으로 죽어가는 비올레타 역을 맡았던 여가수가 너무 뚱뚱호서 관객들이 오페라에 몰입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재공연에서는 큰 성공을 거두게 되었고, 오늘날에는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공연되는 오페라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감상하기!
음반 중에서 카를로스 클라이버가 지휘하는 DG판을, 영상물 중에는 2005년 잘츠부르크 [라 트라비아타] 공연을 감상해 보시죠.
이 오페라에서 가장 유명한 "축배의 노래"만 링크합니다. 첫 번째 영상에서는 플라시도 도밍고(Plácido Domingo)의 음성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두 번째 링크한 것은 세계적인 두 가수, 러시아의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Anna Netrebko)와 멕시코 출신 롤란드 비야손(Rolando Villazon)이 남녀 주인공역을 함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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