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차원 음악가 에릭 사티의 짐노페디(Trois Gymnoped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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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듣고 싶은 클래식/독주곡

4차원 음악가 에릭 사티의 짐노페디(Trois Gymnopedies)

by 다시채 2023. 4. 3.

  클래식 음악가 중에서 가장 특이한 인물로 꼽을 수 있는 에릭 사티의 삶과 음악 그리고 그의 대표곡인 짐노페디를 감상해보려고 합니다. 
 

에릭 사티(Erik Satie, 1866~1925)

  "나는 너무 늙은 시대에 너무 젊게 세상에 왔다"는 사티의 말이 그의 음악을 잘 표현해 줍니다. 그는 당대를 풍미하던 낭만주의 음악은 물론, 인상주의에도 반대하며 단순 명료한 음악을 추구하여 미니멀리즘(Minimalism)의 선구자로 평가받습니다.

  프랑스의 노르망디 지방의 옹플뢰르에서 태어난 에릭 사티는 일찍이 어머니가 사망하자 아버지의 재혼으로 조부모와 함께 살게 됩니다. 성당에서 오르간 연주가 비노에게 음악을 배웠던 사티는 13세에 파리 음악원 입학합니다. 하지만 사티는 재능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방황하는 청소년기를 보냅니다. 사티는 1886년 군에 입대하지만 적응하지 못해 의도적으로 기관지염에 걸려 전역을 하게 되지요.

  사티는 당시 예술계의 자유로운 토론장이었던 몽마르트르에서의 ‘검은 고양이’라는 카바레에서 피아노 연주자로 생계를 연명합니다. 드뷔시와 피카소 등 저명한 예술가들과 친분을 쌓기도 하고,  1888년에 대표작인 [세 개의 짐노페디]를 발표합니다. 
 

프랑스 옹플뢰르에 있는 에릭 사티의 집에 대한 사진입니다.
프랑스 옹플뢰르에 있는 에릭 사티의 집 (출처 : https://commons.wikimedia.org)


  24세에는 신비주의적인 장미십자 교단에 빠져 그 교단의 공인 작곡가로 활동합니다. 하지만 갈등이 생겨 탈퇴하게 한 후, 예수예술의 수도교회라는 1인 교단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40세가 넘어 자신의 음악적 한계를 발견하고 다시 학교에서 음악을 공부했으며, 드뷔시가 짐노페디를 관현악곡으로 편곡하여 큰 성공을 거두게 되어 사티는 전성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이후 사티는 자신감이 생겼는지 기발하고 유머스럽고 괴짜스러운 곡들을 작곡했습니다. 대표적으로 1893년 발표한 [짜증](Vexation)란 피아노곡의 악보는 한 페이지밖에 안 되는데, 사티는 이것을 840번이나 반복하라고 악보에 써 놓았다고 하네요. 

  또한 사티는 1920년 연극 공연 중간에 [가구 음악](La Musique d’ameublement, 귀 기울여 듣지 않아도 되는 음악)를 발표했습니다. 연주회장에서 연주하기 위한 곡이 아니라 연극의 휴식 시간을 위해 배경음악처럼 작곡한 것이지요. 하지만 연주자와 관람자 모두 사티의 의도와 달리 행동하자, 그가 공연장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화를 냈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이렇게 사티는 고정관념을 깨고 새로운 청취법을 요구하는 시대를 앞서가는 음악가여서 그런지 살아 있을 때는 고독과 가난했으며 그의 사후 유명해지게 됩니다. 그가 4차원이라 그런 것일까요? 여담이지만 사티는 여러 가지 기행과 화가이자 그림모델이었던 수잔 발라동과 사랑으로도 유명합니다. 
 

3개의 짐노페디(Trois Gymnopédies)

  [3개의 짐노페디]는 사티가 플로베르의 소설 ‘살람보(Salammbô)’와 콩 떼미뉘의 시 ‘고대인(Les Antiques)’에서 영감을 받아  1888년에 작곡한 곡입니다.  매우 짧은 3개의  피아노곡인데, 제1곡은 느리고 고통스럽게, 제2곡은 느리고 슬프게, 제3곡은 느리고 엄숙하게라는 지시어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짐노페디는 그리스어로 ‘벌거벗은 소년들’이라는 뜻도 있고, 고대 그리스의 축제에서 소년들이 나체로 신전을 돌면서 추는 춤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춤곡이라고 하기에는 느리고, 고독하면서도 명상적이며 종교적인 느낌도 있습니다.   

 

  특히 1곡은 영화, 드라마, 광고에서 많이 사용되어 낯설지 않은 곡입니다. 사티가 고대 국가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를 담은 소설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했고, 고대 나체의식에서 이름을 가져왔으며, ‘느리고 고통스럽게’라고 지시를 남겨두었으나 아이러니하게도 현재는 불면증 치료 음악으로도 사랑받고 있습니다. 멜로디가 잔잔하고도 감미로워 수면을 도와주는 음악 1순위 추천곡이 되었다네요. 

Tip!

  프랑스의 피아니스트 파스칼 로제(Pascal Roge)의 짐노페디 1번과 드뷔시가 편곡한 관현악 버전을 비교 감상해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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