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베르트가 ‘가곡의 왕’이라 불리지만, 슈만도 가곡에서 아름다운 꽃과 같은 음악을 작곡하였습니다. 슈만의 연가곡집 [시인의 사랑]도 아름답게 빛나는 명곡입니다.
로베르트 슈만(Robert Alexander Schumann, 1810-1856)
독일 작센에서 태어난 슈만은 문학적 재능이 뛰어났던 작곡가요, 음악 평론가였습니다. 어머니의 권유로 법대에 입학하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 때문에 프리드리히 비크에게 피아노를 배우게 됩니다. 하지만 동시대의 유명한 피아니스트 리스트와 쇼팽을 뛰어넘고자 했으나 연습 중 손가락을 다쳐 피아니스트로서의 꿈을 포기해야 했습니다. 슈만은 정신질환으로 라인강에 투신자살을 시도했다가 구조되었으나 2년 후인 46세에 생을 마감하게 됩니다.
슈만의 대표 작품은 사육제, 어린이 정경 등의 피아노 곡과 시인의 사랑, 여인의 사랑과 생애 등의 가곡집과 유랑의 무리라는 합창곡 등이 있습니다.
슈만과 클라라
시인의 사랑이 높은 인기를 누리는 데는 슈만과 클라라의 사랑 이야기 때문입니다. 슈만과 클라라는 슈만이 당대의 유명한 피아노 교사 비크에게 사사를 받게 되면서 만남이 시작됩니다. 클라라를 사랑하는 슈만은 [어린이 정경] 등의 피아노 곡을 작곡하여 클라라(1819~1896)에게 바치는 등의 노력을 통해 두 사람은 결혼을 약속하게 됩니다. 하지만 클라라는 미성년이었기에 아버지의 동의가 필요했습니다.
클라라의 아버지 비크는 결혼에 반대하자 슈만은 비크를 상대로 결혼 승낙 소송을 제기합니다. 결국 두 사람은 1840년 가을 결혼을 하게 되지요. 클라라와의 사랑 때문에 30세 슈만은 1840년 초부터 아름다운 가곡을 엄청 만들어 내는데 그해를 ‘가곡의 해’라고 부릅니다. 그가 가곡의 절반 이상이 작곡된 해입니다.
슈만의 편지에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노래를 만드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모릅니다. 너무 많이 써서 불안해지기도 합니다. 꾀꼬리처럼 노래하다 죽을 것 같습니다. 당신 같은 연인이 없었다면 이런 음악을 도저히 쓰지 못했을 것입니다.” 슈만의 사랑이 이렇게 아름다운 노래들을 순식간에 만들었던 것입니다.
슈만과 브람스 & 클라라와 브람스
안타깝게도 힘들게 결혼한 두 사람은 14년 동안만 결혼 생활을 유지했습니다. 슈만과 클라라의 사랑에 또 한 사람이 등장합니다. 요하네스 브람스입니다. 슈만의 제자였던 브람스가 클라라를 사랑했는데, 브람스는 클라라는 14살이나 연상이었습니다. 클라라와 브람스는 결혼하지는 않았으나 40년이 넘도록 가까운 사람으로 지냈다고 합니다.
시인의 사랑(Dichterliebe)
[시인의 사랑]은 슈만이 하인리히 하이네(Heinlich Heine, 1797~1856)의 시집 [노래의 책](1827)에서 '서정적 간주곡'에서 시를 발췌하여 피아노 반주를 붙인 곡입니다. 하이네의 [노래 책]은 로렐라이, 노래의 날개 위에 등의 주옥같은 시들이 들어 있으며 많은 작곡가들에게 영감을 주었던 작품입니다. 슈만은 원래 20개의 곡을 만들었으나 16개의 가곡으로 발표하였는데, 1-6곡은 사랑의 기쁨을, 7-14곡은 사랑의 실연을, 15-16곡은 체념과 향수를 묘사하고 있습니다.
하이네는 삼촌의 딸 아멜리아와의 사랑에 실패한 쓰라린 경험이 있는데, 이런 심정을 ‘서정적 간주곡’에 담았습니다. '서정적 간주곡'에서는 타인과 결혼한 연인에 대한 사랑과 증오가 반복되고, 슬픔에 잠겨 연인을 그리워하는 모습을 통해 자기 괴로움을 이야기합니다. 슈만은 클라라와의 5년간에 걸친 힘들었던 사랑의 아픔들을 하이네가 시로 표현한 것처럼 노래로서 표현하고 싶었던 것이지요.
슈만의 [시인의 사랑]은 독일 예술가곡 가운데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와 함께 가장 훌륭한 작품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슈만은 이 작품을 통해 가사의 멜로디에 종속된 반주개념을 깨버리고 성악성부와 반주성부가 동등한 관계로 시를 표현하는 조화로운 앙상블을 이루어냈습니다. [시인의 사랑] 총 16곡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제1-6곡까지는 사랑의 기쁨을 노래하고, 제7-14곡은 실연의 아픔 그리고 마지막 제15-16곡은 지나간 사랑에 대한 그리움과 결단 이렇게 33 부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아름다운 5월에'(Im wunderschonen Monat Mai)는 첫 번째 곡으로 슈만의 뛰어난 음악성을 엿볼 수 있는 아름다운 노래입니다. 가사는 아래와 같습니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5월에
꽃봉오리들이 모두 피어났을 때
내 마음속에도
사랑의 꽃이 피어났네
눈부시게 아름다운 5월에
새들이 모두 노래할 때
나도 그녀에게 고백했네
나의 간절함과 소원을
이 곡에서 피아노 반주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처음 시작할 때의 모호한 화성은 사랑에 빠지기 직전 주저하는 시인의 마음을 표현한 것입니다.
감상하기!
35세에 세상을 떠난 독일의 프리츠 분덜리히(Fritz Wunderlich, 1930-1966)가 부른 '아름다운 5월에'를 감상해 보시죠. 테너 김우경 님의 음성도 아름답습니다. 두 번째 링크는 '아름다운 5월'에 뿐만 아니라 7번 '나는 울리 않으리'까지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함께 듣고 싶은 클래식 > 성악곡'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정의 달 클래식" 드보르자크의 어머니가 가르쳐주신 노래 (31) | 2023.05.07 |
---|---|
당시 커피 문화를 알 수 있는 바흐의 커피 칸타타(Coffee Cantata) (29) | 2023.05.01 |
아름다운 멜로디로 유명한 벨리니의 <방랑하는(방황하는) 은빛 달이여> (17) | 2023.04.19 |
그리그의 <페르 귄트> 中 솔베이지의 노래 (16) | 2023.03.17 |
"석양에 듣는 음악" 슈베르트 가곡 물 위에서 노래함 (4) | 2023.02.2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