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극적인 요소와 비극적인 요소를 모두 가지고 있는 모차르트의 오페라 돈 조반니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1786년 <피가로의 결혼>이 대성공을 거두게 되자 프라하 오페라 극장의 지배인 파스콸레 본디니는 모차르트에게 작곡을 의뢰하게 됩니다. 모차르트는 작품의 주인공으로 ‘돈 조반니’로 결정하고 극작가 다 폰테(Lorenzo Da Ponte, 1749-1838)에게 대본을 요청했습니다. <돈 조반니>는 ‘돈 후안’(Don Juan)의 이탈리아 이름인데, 돈(Don)은 귀족에게 붙이는 칭호입니다. 돈 후안은 스페인의 수천 명의 여성을 사랑했다는 전설적인 바람둥이인데, 그의 이야기는 문학과 음악 등의 예술 작품의 모티브가 되었습니다.
오페라에서 돈 조반니는 권력과 권위에 집착하는 보수적인 귀족도 아니고, 계몽주의의 영향으로 자유와 평등을 주창하는 진보적인 귀족도 아니라 오직 술과 여자를 좇는 향락주의자일 뿐입니다. 이러란 인물의 성격을 살리는 데는 다 폰테의 삶이 투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는 24세에 사제가 되었지만 자유로운 사고방식과 문란한 사생활로 1779년 베네치아에서 추방된 이후 오스트리아 빈에서 대본 작가로 활동한 사람입니다.
2막으로 구성된 이 작품이 1787년 10월 29일 프라하의 에스타테츠 극장에서 초연되었을 때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두게 되지만, 보수적이면서도 유행을 좋아했던 빈의 청중들은 이 작품이 지나치게 현대적이고 이해하기 어렵다고 불평했습니다.
이 오페라의 특이한 것은 주인공 돈 조반니의 솔로 아리아가 없다는 것입니다. 단지 1막에서 돈 조반니가 부르는 '술 마시고 나면'만이 아리아의 형식을 갖추고 있는 곡 하나뿐입니다. 다른 등장인물들은 여러 아리아가 있고, 솔로 아리아가 없는 등장인물은 하찮은 역으로 간주되는데 주인공인 돈 조반니의 아리아는 왜 이렇게 적은 것일까요? 어쩌면 진정한 사랑을 모르는 바람둥이가 솔로 아리아를 배정하는 것을 주저했을지도 모릅니다.
또한 이 오페라는 오페라 부파(Opera buffa, 관객을 웃게 하는 희극적인 오페라)에 속하지만 오페라 세리아(Opera seria, 진정한 오페라란 뜻으로 비극적인 이탈리아 오페라)의 특성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모차르트는 “드라마 지오코소”(Drama Giocoso)라고 불렀는데, 희극과 비극을 아울러 갖춘 오페라란 뜻입니다. 비극적인 분위기를 위해 D단조를 사용했는데, 모차르트의 마지막 작품 <레퀴엠>과 같습니다.
줄거리
중세 에스파냐의 귀족 돈 조반니는 자유롭고 방탕한 생활을 하던 중 돈나 안나에게 반해 그녀의 약혼자로 위장하고 밤중에 몰래 안나의 방에 침입한다. 그는 안나를 겁탈하려다 실패하고 쫓겨 나오던 중 그녀의 아버지 기사장(騎士長)이 나타나자 결투 끝에 죽이고 도망친다. 안나는 약혼자에게 아버지의 원수를 갚을 것을 맹세시킨다.
도망치던 돈 조반니는 자신이 버려버린 연인 돈나 엘비라와 마주치게 되자, 그의 하인 레포렐로는 주인의 명령대로 ‘카탈로그의 노래’를 부르며 엘비라를 따돌린다. 그는 주인님이 지금까지 사랑한 여인들의 명단이 적힌 수첩을 펼쳐 보이며 “이탈리아 여자가 640명, 독일에선 231명, 프랑스 여자가 100명, 터키 여자는 91명, 스페인에서는 1000명 하고도 셋. 온갖 신분 갖가지 생김새, 별별 연령층의 여자가 다 있죠. 겨울에는 살집 좋은 여자, 여름에는 마른 여자를 고르고, 키 큰 여자 보곤 기품 있다고 칭찬, 작은 여자한테는 사랑스럽다고 아첨한답니다. 명단 늘이는 재미에 나이 든 여자도 유혹은 하지만 진짜 좋아하는 건 역시 경험 없는 젊은 처녀죠…”
레포렐로에게 엘비라를 떠넘기고 도망친 돈 조반니는 어느 마을 결혼 잔치에서 새 신부 체를리나에게 한눈에 반한 돈 조반니는 신랑 마제토를 따돌리고 체를리나를 유혹한다. 갑자기 엘비라가 나타나 둘 사이에 훼방을 놓고 체를리나를 데려가 버린다.
안나, 안나의 약혼자 오타비오, 엘비라, 체를리나, 마제토가 가면을 쓰고 무도회에 나타나 돈 조반니와 레포렐로는 궁지에 몰리게 된다. 레포렐로는 하인 노릇을 그만두려 하지만 돈을 주며 달랜다. 돈 조반니는 엘비라의 하녀를 유혹하려고 레포렐로와 옷을 바꿔 입지만 두 사람은 모두 도망친다.
돈 조반니와 레포렐로는 우연히 공동묘지에서 재회하게 된다. 그들은 돈 조반니가 죽였던 기사장의 석상의 말소리를 듣게 되고, 레포렐로는 겁을 먹지만 돈 조반니는 장난 삼아 석상을 저녁식사에 초대하게 한다. 초대에 응하여 성으로 찾아온 석상은 돈 조반니에게 참회하기를 요구하지만 돈 조반니는 끝까지 거부하다가 결국 지옥불에 떨어진다. 나머지 등장인물들은 돈 조반니의 죽음을 알고 다들 기뻐하며 새로운 삶을 시작하러 간다.
모차르트에 대하여 자세하 알고 싶으면 아래 링크를 참조하세요.
https://www.dasichae.kr/2023/07/Wolfgang-Amadeus-Mozart.html
감상하기!
링크한 동영상은 오파라의 끝부분으로 파비오 루이지가 지휘하는 메트로폴라탄 오페라의 영상입니다. 저녁식사의 자리에 석상이 찾아와서 바람둥이의 삶을 바꾸라고 말하지만 끝까지 거부다가 지옥불에 떨어지는 부분입니다.
https://youtu.be/7cb1QmTkOAI?si=Y9LHWmpayA1gleY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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