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만에 오페라를 소개합니다. 클래식을 알지 못하는 '클알못'일지라도 가볍게 오페라를 감상할 수 있는 작품으로 베르디의 아이다를 소개합니다.
오페라는 무엇부터 시작하면 좋을까요? 이런 질문에 흔히 ABC부터 시작하는 것이 무난하다고 합니다. 여기서 ABC란 아이다(Aida), 라 보엠(La Bohème, 보헤미안들), 카르멘(Carmen)을 가리킨다. 누가 만들어 냈는지는 모르지만 단순한 말장난이 아니라 실제 미국의 오페라극 장에서 상연된 순위 순서였다고 합니다.
<아이다 Aida>는 베르디가 58세이던 1891년의 작품인데, 고대 이집트를 무대로 삼각관계, 역사를 배경으로 한 긴박감, 비극이라는 3박자를 두루 갖추고 있습니다.
작곡가 베르디에 대하여 알고 싶으면 아래의 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dasichae.kr/2023/09/Giuseppe-Verdi.html
1869년 수에즈 운하의 개통을 기념하여 세워진 ‘카이로 오페라 하우스’의 개관 공연을 위해 이집트 국왕 이스마엘 파샤가 베르디에게 오페라 작곡을 의뢰했습니다. 국왕의 원래 계획은 당시 유럽 최고의 오페라 작곡가로 군림하던 바그너, 베르디, 구노 세 사람에게 오페라를 의뢰하려는 것이었는데 베르디에게만 작품을 의뢰하는 것으로 축소되었습니다.
베르디는 은퇴 후 고향에 지은 저택 산타 아가타에 거주하며 유유자적한 나날을 보내며 두 번이나 계약을 거절하였지만, 프랑스의 이집트학 전문가 오귀스트 마리에트(Auguste Mariette, 1821-1881)가 쓴 짤막한 소설 초고를 읽고 생각을 바꾸게 되었습니다. 그는 당시 이집트 브라크 박물관장으로 있었는데 국왕의 의뢰로 소설의 줄거리를 창안해 냈다고 합니다. 베르디는 오페라 사상 최고의 개런티로 계약이 이루어졌습니다.
베르디는 1870년 12월에 오페라를 상연하기 위해 작곡을 서둘렀으며, 동시에 의상과 무대배경도 파리에 주문 제작을 했습니다. 하지만 프로이센과 프랑스의 보불전쟁으로 파리가 점령당한 상태였기에 파리에서 제작한 무대의상을 운반해 올 형편이 아니었습니다. 결국 <아이다>는 수에즈 운하가 개통되고 2년이 지난 1871년 크리스마스이브인 12월 24일에 카이로 오페라 극장에서 초연될 수 있었습니다.
이집트의 국왕은 작곡자 베르디가 와서 지휘해 줄 것을 요청하였으나 베르디가 배로 여행하는 것을 꺼려하여 거절하였다고 합니다. 그래도 초연은 성공적이었고, 이집트는 지금까지도 실제 피라미드가 보이는 카이로에서 공연을 올려 엄청난 관광 수입을 올리고 있습니다. 1872년 2월 8일 밀라노의 스칼라 극장에서 베르디가 지휘한 공연도 큰 성공을 거두웠지요.
줄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고대 이집트와 에티오피아 사이에는 국경 분쟁이 끊이지 않았는데, 이집트의 최고 장군 라다메스는 에티오피아군을 물리치는 전투에 출정할 용사로 선발됩니다. 라다메스를 사랑하는 이집트 국왕의 딸 암네리스 공주는 그가 승전하고 돌아오면 결혼한다는 희망에 부풀었다가, 라다메스가 에티오피아 포로인 아이다와 사랑하는 것을 알고 불같은 질투를 느끼게 됩니다.
라다메스는 영웅이 되어 돌아오는데, 에티오피아 포로들 가운데는 아이다의 아버지인 국왕 아모나스로가 끼여 있습니다. 그는 딸과 라다메스의 밀회를 엿보다가 이집트 군대의 기밀을 알아내고, 아이다와 함께 에티오피아로 돌아가자고 라다메스를 설득합니다. 그때 이집트인들과 공주가 나타나 라다메스를 반역죄로 체포하고 아이다와 아모나스로는 도망을 칩니다. 암네리스는 라다메스를 불러 아이다를 버리고 자기를 사랑하면 죽을죄를 면하게 해 주겠다고 제안하지만 그녀의 제의를 거절합니다.
신전에서 행해진 재판에서 라다메스는 자신을 전혀 변호하지 않은 채 배신자로서 사형 언도를 받아 지하 감옥에 갇히게 됩니다. 암네리스는 슬피 탄식하며 무정한 제사장들을 저주합니다. 그가 사형당할 것을 짐작한 아이다는 미리 돌무덤에 몰래 숨어 있다가 라다메스를 맞이합니다. 놀란 라다메스는 그녀를 밖으로 보내기 위해 노력하지만 아이다는 천국에서 맺어질 것을 기뻐하며 조용히 숨을 거두게 됩니다.
<아이다>는 위에 그림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막대한 예산을 필요로 하는 스펙터클한 오페라로, 클래식이나 오페라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는 관객들도 무대의 화려함과 트럼펫의 요란한 행진곡 등에 몰입하기 쉽습니다. 연출에 따라서는 진짜 코끼리까지 무대에 등장하였지만 유럽 오페라 하우스에서는 더 이상 코끼리가 나오지 않습니다.
하지만 순수하게 음악적인 면에서는 베르디의 3대 걸작으로 꼽히는 <리콜레토>, <일 트로바토레>, <라 트라비아타>보다 감동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있니다. 하지만 귀에 익숙한 “청아한 이이다”, “이기고 돌아오라”, “개선행진곡” 등의 멜로디와 다채로운 군무가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하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고 자주 공연되는 작품입니다.
<아이다> 공연을 보고 자신이 가고 싶었던 음악의 방향을 바꾼 사람도 있습니다. 베르디를 이어 오페라 작곡가로 명령을 떨친 푸치니(Giacomo Puccini, 1858-1924)입니다. 그는 원래 교회음악으로 작곡가의 길을 걸으려 했지만, 1876년에 이탈리아의 피사에서 <아이다> 공연을 보고는 너무 흥분한 나머지 며칠 동안 밤잠을 설친 뒤 오페라를 작곡하기로 결심했다고 합니다.
감상하기!
음반 중에서는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이 지휘하는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빈 악우협회 합창단의 1959년 데카(DECCA) 판이 유명합니다.
공연실황을 볼 수 있는 것으로는 2006년 라 스칼라에서 리카르도 샤이 지휘하는 라 스칼라 극장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의 실황이 눈과 귀를 즐겁게 합니다. 개선행진곡으로 알려진 "Gloria all' Egitto"(이집트의 영광)을 감상해 보시죠.
https://youtu.be/JXMdei-UTfw?si=2bXZEWmMJKI3Ra0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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