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발디의<사계>는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클래식 음악입니다. 가장 널리 알려진 ‘봄’ 뿐만 아니라 계절이 바뀔 때마다 사계를 듣고 싶을 정도로 계절의 변화를 따라 즐길 수 있는 명곡입니다.
비발디의 생애와 작품에 대해서는 아래의 글을 참조하세요.
https://www.dasichae.kr/2023/06/Antonio-Vivaldi.html#google_vignette
이렇게 계절에 따른 변화를 잘 표현한 사계는 소네트에 따라 곡의 흐름이 전개됩니다. 소네트(sonnet)는 유럽에서 유행했던 전형시의 한 종류인데, 사계의 소네트는 비발디가 직접 지은 것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정확한 작자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아무튼 비발디는 각 계절의 소네트에 따라 자연의 변화와 인간이 느끼는 감정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특히 현악합주 부분은 각 계절의 일반적인 특성을, 바이올린 독주 연주는 각 계절의 세부적인 특성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특성만 염두해 두고 사계를 감상하면 누구나 쉽게 4계절의 풍경을 상상하고 느낄 수 있습니다.
비발디의 사계는 각각 3악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여름의 3악장에는 모두 폭풍우를 모티브로 하여 혹독한 여름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각 악장을 감상하실 수 있도록 이탈리아 시대악기 연주가인 줄리아노 카르미뇰라(Giuliano Carmignola, 1951년 생)가 바이올린을 담당하는 음원을 링크합니다.
여름의 1악장의 소네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태양이 강하게 내리쬐는 계절, 사람과 가축의 무리가 활기를 잃고 있다. 나무와 풀들도 더위에 지쳤다. 뻐꾸기가 지저귀고 산비둘기와 검은 방울새가 노래한다. 어디선가 산들바람이 기분 좋게 불어온다. 그러다 갑자기 북풍이 산들바람을 덮치고, 양치기는 비를 두려워하며 불운에 떨며 눈물을 흘린다.”
여름날 뜨거운 태양 아래 사람도 가축도 모두 지친다. 새들의 노래와 시원한 산들바람은 잠시뿐 느닷없이 북풍이 휘몰아치면서 인간을 무기력하고 불안에 휩싸이게 만듭니다. 의외로 ‘여름’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바리올리스트의 화려한 기교가 돋보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https://youtu.be/LAwT78q1y2c?si=nBqQWsdKpA8XDF
2악장의 소네트는 이렇습니다.
“번개, 격렬한 천둥소리, 그리고 크고 작은 파리들. 광란스럽게 달려드는 파리떼의 위협으로 양치기는 피곤한 몸을 쉴 수가 없다.”
더위에 지친 목동에게 파리가 윙윙거리며 극성스럽게 달려들어 잠을 방해하는 것이 실감 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바이올린 독주는 쉴 수도 없는 양치기의 슬픈 모습을, 반주로 등장하는 바이올린 합주는 자꾸만 성가시게 달라붙는 파리떼들을 형상화합니다. 그러다가 다른 현악기들이 일제히 가세하면서 천둥과 번개가 내리치는 것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https://youtu.be/pQUJaXmacic?si=zxBliUTYNJJOBpjs
마지막으로 3악장의 소네트입니다.
“아아, 양치기의 두려움이 얼마나 옳았던가. 하늘은 천둥을 울리고 번개를 치고 우박을 내리게 하여 익은 열매와 곡식들을 떨어트린다.”
갑자기 불어닥친 폭풍우, 합주로 연주되는 무시무시한 천둥소리와 폭우, 번개, 우박으로 인해 애써 가꾼 농작물이 모두 쓰러지는 모습을 생생하게 표현합니다. 나약한 양치기(농부를 의미)는 안절부절못합니다.. 트레몰로, 쏟아지는 음형, 분산화음, 안절부절 베이스 음형, 분주한 현의 손놀림, 높은 음역의 소리들이 합쳐져 3악장 전체는 천재지변에 속수무책인 인간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독주 바이올리니스트는3악장을 연주할 때 활을 빠르게 그으며 쉴 틈이 없이 연주해야 하므로 체력적으로도 에너지가 많이 필요한 악장이라고 합니다.
https://youtu.be/9u1wV5SXKL0?si=4gwPTT6FGoSTWkwg
무더운 여름에 여름의 특성을 탁월하게 표현한 비발디의 사계 중 여름을 감상하면서 보내는 것도 좋은 여름 나기의 방법이 될 것 같습니다. 무더운 여름 음악을 감상하시면서 건강하게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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