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노레 도미에의 삼등열차(The Third-Class Carri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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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이야기

오노레 도미에의 삼등열차(The Third-Class Carriage)

by 다시채 2024. 4. 22.

  19세기 프랑스의 정치와 사회를 비판했던 화가 오노레 도미에의 <삼등열차>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오노레 도미에(Honore Daumier, 1808~1879)19세기 프랑스 정치와 사회를 풍자한 만화와 그림으로 유명했습니다. 산업혁명으로 경제가 발전하자 새로운 부르주아 계급의 등장, 커지는 빈부 격차, 비인간적인 노동력의 착취 등의 사회 부조리를 비판하며 파리 서민들의 삶을 묘사하는 작품을 많이 남겼습니다. 또한 도시 많은 사람들 속에서 불평등한 삶을 사는 인간 내면을 깊이 응시하고 그것을 그림으로 표현하려 노력했습니다.

 

  도미에와 비슷한 시기에 활동한 장 프랑수아 밀레(Jean- Frangois Miller, 1814~1875)는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삶을 포기하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가는 농민들을 작품 속에 담아내었지만 직접적으로 정치적인 의도를 표현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도미에는 쿠르베처럼 의도적으로 정치적 메시지를 담아내었습니다. 주로 석판화를 만화형식으로 제작하는 새로운 길을 개척했습니다.  도미에는 원래 화가가 되려고 했지만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석판화를 계속 제작했다고 합니다. 

 

오노레 도미에의 삼등열차를 볼 수 있는 이미지입니다.
1862-1864년 경, 65.4 x 90.2 cm,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

 

  도미에의 대표작품 중 하나인 <삼등열차>19세기 중반 파리 산업화의 영향으로 인한 서민들의 애환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원래 <일등열차>, <이등열차>, <삼등열차>의 3부작으로 제작되었는데, <삼등열차>는 미완성 작품입니다. 아이러니하게 완성된 <일등열차>, <이등열차>는 대중의 관심을 받지 못했습니다.

 

  이 작품을 의뢰한 사람은 윌리엄 월터스(William Thomas Walters)라는 미국사람인데, 미국에서 남북전쟁이 일어나자 파리에서 미술품을 수집했습니다. 월터스는 기차를 타는 사람들의 삶에 대하여 관심이 많았다고 합니다. 

 

  그림을 자세히 보면, 도미에는 가난한 이들로 가득 찬 열차의 무거운 분위기와 그들의 침묵이 자아내는 우울함을 탁월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왼쪽에 있는 두 개의 창을 통해 빛이 들어오지만 기차 안은 밝지가 않습니다. 이러한 흐릿한 빛은 삼등열차에 탄 사람들의 궁핍함을 표현합니다.

  3등 열차를 타고 가는 승객들은 아무도 말을 하지 않습니다. 아기를 안은 젊은 여인은 그저 아기에게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늙은 여자는 기도하는 듯 손을 모으고 시선은 허공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오른쪽 사내아이는 많이 지쳤는지 늙은 여자에게 살포시 몸을 기댄 채 잠들어 있습니다.

 

  뒤로 보이는 승객들도 다르지 않습니다. 이 열차 안에는 어떠한 교감이나 나눔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모두 입을 굳게 다문 채 서로의 시선을 피하고 있는 무거운 적막함이 흐르고 있습니다. 그저 모두 함께 달리는 기차에 몸을 싣고 가고 있다는 것뿐입니다. 기차 안에 많은 사람들이 함께 있지만 서로가 서로를 외면하면서 군중 속의 고독만이 가득할 뿐입니다. 도대체 누가 이들을 외롭고 고독하게 만들었을까요? 어쩌면 사람들을 소외시키는 사회를 향한 비판을 거친 선과 힘찬 붓놀림으로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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