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께서 십자가에 달려 죽으신 성 금요일에 감상하기 좋은 그림을 소개합니다. 르네상스 시대 만테냐의 <죽은 그리스도에 대한 애도>라는 작품입니다.
안드레아 만테냐(Andrea Mantegna, 1431-1506)는 15세기 중후반 이탈리아 북부지방을 대표하는 화가입니다. 만테나는 특이한 피에타를 남겼습니다. 피에타(Pieta)는 라틴어로 ‘불쌍히 여기다’란 의미로 성모 마리아가 죽은 예수의 시신을 안고 슬퍼하는 모습을 담은 그림이나 조각을 가리킵니다.
만테냐의 <죽은 그리스도에 대한 애도 Lamentation over the Dead Christ>는 십자가 처형을 당한 이후 시퍼렇게 변색된 예수의 시신을 발치에서 바라보는 구도로 그려졌습니다. 이런 시점으로 예수의 죽음을 묘사한 그림은 처음일 정도로 파격적인 발상이었습니다. 만테냐는 이 작품에서 고통 끝에 죽어간 예수의 시신을 과감한 단축법을 통해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인물 묘사도 매우 정교합니다.
예수의 시신은 대리석 위에 놓여 있고 그 곁에서 사람들은 슬퍼합니다. 이 대리석은 그리스도의 몸을 안치한 돌로 기름을 붓는 의식을 행한 돌(Stone of Unction)이라고도 알려져 있습니다. 예수님의 머리 오른편에는 시신에 마르는 기름을 담은 항아리가 놓여 있습니다.
만테냐는 예수를 바라보는 관람자의 위치에서 예수님의 발이 더 크게 그려야 하는 원근법을 무시하고 있으며, 머리에서 발끝까지의 예수님의 모습도 단축법을 사용하고 표현했습니다. 이는 관람자가 그리스도의 몸이 매우 가깝게 느껴지게 하여 더 큰 감정적인 충격을 만들어 냅니다.
예수의 얼굴은 애도하는 사람들과 달리 얼음장처럼 차갑고 싸늘하며 고통스러운 모습입니다. 예수의 발과 손과 가슴에는 깊이 패인 못자국과 찢긴 살갗을 통해 고난을 당한 흔적이 강조되어 있습니다. 손가락은 못자국을 더욱 또렷하게 보여주기 위해 손을 치켜드는 모습을 취하고 있으며, 아래에 있는 그림을 자세히 보면 왼쪽의 가슴에도 창에 찔린 흔적이 보입니다. 예수의 하반신을 덮고 있는 천의 주름은 세밀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예수의 왼편에는 죽은 예수를 애도하는 사람들의 슬픈 표정이 보입니다. 자세히 보면 두 사람이 아니라 세 사람입니다. 성모 마리아는 흐르는 눈물을 손수건으로 닦아내고 있으며, 두 손을 꼭 모은 채 울고 있는 사람은 요한입니다. 그리고 화면 맨 뒤쪽에 입을 벌린 채 슬퍼하는 여인은 막달라 마리아입니다.
이 그림을 보는 순간 끔찍함에 움찔할 수 있지만, 예수의 고난과 죽음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실감하게 만드는 명화입니다. 죽은 예수의 모습을 묘사하는 작품들은 대부분 그림 속의 인물들은 예수의 시신과 신체적인 접촉을 이루고 있는데, 이 작품은 더이상 신체적인 접촉을 할 수 없는 슬픔을 묘사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만테냐가 임종을 맞이하였을 때 이 작품이 그의 방에 걸려 있었다고 그의 아들은 편지의 내용으로 볼 때 화가 만테냐는 이 작품에 남다른 애착을 가졌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만테냐가 죽자 빚을 갚기 위해 이 작품을 매각하였고, 현재 이탈리아 밀라노의 브레라 미술관(Pinacoteca di Brera)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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