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의 자긍심을 담은 쿠르베의 <안녕하세요 쿠르베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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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이야기

화가의 자긍심을 담은 쿠르베의 <안녕하세요 쿠르베 씨>

by 다시채 2024. 3. 11.

  19세기 프랑스 사실주의 미술의 선구자 쿠르베는 예술가로서의 자긍심이 대단했습니다. 그의 자긍심을 살펴볼 수 있는 작품 <안녕하세요, 쿠르베 씨>를 소개합니다.


  프랑스 오르낭의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난 쿠르베는 20세에 법학을 공부하기 위해 파리로 왔다가 국가에 구속되는 삶이 싫어 자유로운 예술가의 길을 선택했습니다. 누드화나 풍경화도 그렸지만 주로 농민이나 도시 하층민의 비참한 현실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그림을 그리다 보니 작품 의뢰가 없었고, 그림도 팔리지 않아 궁핍한 삶을 살게 되었지요.

 

  34세가 되던 1853년 쿠르베는 부유한 후원자 알프레드 브뤼야스(Alfred Bruyas)를 만나게 됩니다. 부유한 은행가의 아들이었던 브뤼야스는 열정적으로 미술품을 수집하였고 예술가들을 후원했어요. 18545월 브뤼야스의 초대로 쿠르베는 몽펠리에를 방문하여 그림을 그렸는데, 그중에는 브뤼야스와 자신의 만남을 기념하는 <안녕하세요, 쿠르베 씨 Bonjour, Monsieur Courbet>도 포함되어 있었지요.

 

 

<안녕하세요 쿠르베 씨>라는 작품을 보여주는 이미지
Bonjour, Monsieur Courbet, 1854년, 129 × 149cm, 몽펠리에 파브르 미술관

 

  이 그림은 몽펠리에에 도착한 쿠르베를 브뤼야스가 맞이하러 나온 장면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몽펠리에 근교의 햇살이 내리쬐는 한적한 시골길입니다. 흙길과 풀밭, 멀리 보이는 언덕과 나무들이 평화로운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부유한 브뤼야스는 시종과 개를 동행하고 있네요. 그림 오른편의 소박한 여행자 복장에 배낭을 메고 있는 남자는 화가인 쿠르베입니다.

 

  왼쪽의 세련된 초록 재킷을 입고 있는 남자는 브뤼야스입니다. 쿠르베보다 약간 낮은 위치에서 모자를 벗어 화가에게 정중히 인사를 건네고 있네요. 이렇게 인사하는 행위는 당시 사회적 관습으로 볼 때 상당한 존경의 표시입니다. 그를 수행하는 시종 칼라스도 모자를 벗고 고개도 숙여 깍듯하게 환영하는 인사를 하고 있네요. 동행한 개도 역시 쿠르베를 바라보는데 혀를 내밀어 반기는 것처럼 보이네요.

 

  반면 쿠르베는 꼿꼿하게 허리를 펴고 당당하게 서 인사를 받고 있습니다. 꼿꼿하게 턱수염을 앞으로 내밀고 고개를 약간 치켜든 모습에서 자신감과 자부심이 느껴지네요. 시선은 정면을 응시하며 다소 거만해 보이기까지 하구요. 등에는 접이식 이젤과 화구통을 짊어지고 있습니다. 이는 그가 화가임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요소이며, 마치 순례자처럼 자신의 예술의 길을 걸어가는 듯한 인상을 줍니다.

 

  또한 그림 속의 햇빛을 자세히 살펴보세요. 햇빛은 쿠르베의 전신을 밝게 비추고 있는 반면, 브뤼야스와 그의 일행에게는 측면에서 비추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습니다. 이는 쿠르베를 더욱 부각시키는 효과를 냅니다. 이 그림을 통하여 쿠르베는 가난하였지만 화가로서의 당당한 자긍심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네요.

 

  이 그림이 1855년 파리 만국 박람회에 전시됐을 때 곧바로 화제가 되었습니다. 화가가 후원자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관람객들은 경악했습니다. 부유한 후원자가 가난한 화가에게 모자까지 벗으며 예를 갖춰 인사하는 것을 상상하지 못했기 때문이지요.

 

  원래 이 작품의 제목은 <만남>이었는데, ‘천재에게 경의를 표하는 부라는 부제가 붙여져 있었지요. 그림을 본 비평가들이 후원자가 안녕하세요, 쿠르베 씨라고 하느냐며 조롱한 것이 <안녕하세요, 쿠르베 씨>라는 제목이 되었습니다.

 

  이 작품을 보게 된 브뤼야스의 반응이 궁금하지 않으세요? 놀랍게도 브뤼스는 이 그림이 후원자와 화가의 관계를 공고히 하는 데 기여했다고 해요. 부제에 기록한 것처럼 쿠르베는 천재이군요.

 

  <안녕하세요, 쿠르베 씨>는 전통적인 예술가와 후원자의 관계에서 벗어나, 예술가의 독립적인 지위를 당당하게 표현하여 예술가의 위상을 높인 위대한 작품으로 평가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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