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 The Ki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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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이야기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 The Kiss>

by 다시채 2024. 3. 8.

  오스트리아의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는 화려하고 장식적이고 관능적인 그림으로 그가 추구했던 그림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구스타프 클림트(Gustav Klimt, 1862-1918)는 지나치게 형식에 치중하고 권위적이었던 빈 미술가협회에 반발하며 분리파(Sezession)의 선구자였습니다. 분리파는 시대에는 그 시대의 예술을, 예술에는 자유를이라는 표어를 내세웠습니다. 보고 느낀 것을 솔직하게 그려내는 현대적 예술의 문을 연 클림트는 강렬한 상징성과 아르누보(Art Nouveau는 프랑스어로 새로운 미술이란 뜻) 스타일로 많은 인기를 누렸습니다.

 

  클림트의 작품은 주로 초상화와 누드 그림, 장식적 패턴과 금색(금 세공사의 아들이었음)을 사용하였습니다. 그의 독창적인 작품들은 찬사를 받기도 했지만 많은 비난도 받았습니다. 지나치게 관능적인 데다 죽음의 그림자까지 짙게 풍기는 그림을 그려 우울하고 퇴폐적이어서 그의 그림은 가리개 뒤편에서 전시가 될 정도였습니다.

 

  클림트는 분리파의 동료들과도 갈등을 겪게 되자 클림트는 빈 분리파를 탈퇴한 후 자기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하는 데 몰두했습니다. 그리고 학교에서 배운 이집트의 벽화 양식, 졸업 후 몰두했던 장식 미술, 이탈리아 여행에서 영감을 얻은 금박 기법 등을 이용하여 <키스 The Kiss>이란 걸작이 탄생시켰습니다.

 

클림트가 그린 &lt;키스&gt;라는 작품을 보여주는 이미지입니다.
<키스 >  1908-1909년,  180 X 180cm,  오스트리아 미술관

 

   많은 금색과 장식성을 통해 강렬한 욕정을 표현하는 <키스>는 클림트의 마지막 10년 동안의 황금기를 대표하는 작품입니다. 황금빛 배경 아래 꽃이 만개한 풀밭에 앉아 있는 여인은 서로를 껴안고 키스를 하고 있습니다. 남자는 여자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입을 맞추려 하고, 여자의 볼은 붉어져 있는 모습은 사랑에 빠진 것이 분명합니다. 이러한 황홀한 순간을 황금을 사용하고 표현하였습니다. 금은 변하지 않은 금속이기에 고대부터 변하지 않은 것을 상징합니다.

 

  여인의 얼굴은 정면으로 남성의 얼굴은 측면으로 표정을 보이지 않게 하였으며, 남성의 옷은 딱딱해 보이는 직선으로(남성성 상징), 여성의 옷은 부드러운 곡선(여성성 상징)과 화려한 색채로 묘사하여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연인의 독특한 문양의 화려한 옷은 완전히 추상화된 패턴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화려하고 장식적인 미술을 가리켜 아르누보라 부르는데,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유럽에서 유행했습니다.

 

  <키스>라는 제목은 클림트가 직접 지은 것이 아니라  후대에 지어진 것입니다. 처음 클림트가 작품을 선보일 때 카탈로그에 등재한 제목은 <연인>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작품 속의 남녀는 연인 관계가 틀림없는데, 남성은 클림트 자신을 표현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림 속의 여성은 누구일까요?

 

    관능적인 그림을 즐겼던 클림트에게 모델의 역할은 중요했을 것입니다. 클림트는 모델들에게 매우 관능적이고, 때로는 매우 외설적인 포즈를 취하게 하여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사랑도 나누었습니다. 이렇게 모델들과 관계를 가졌던 클림트가 사망하자 양육비를 청구 소송이 많았습니다. 많은 여성들이 자신이 낳은 아이의 아버지라고 주장하였는데, 아이들의 수는 무려 14명이나 되었다고 합니다(클림트는 그 누구도 자신의 아들로 인정하지 않았습다만). 클래식을 주로 포스팅하는 입장에서 눈에 띤 이름은 말러의 아내 알마 쉰들러의 이름이었습니다. 알마는 자신의 회고록에서 첫사랑이 클림트였다고 밝혔습니다.

 

  그렇다면 <키스>라는 작품의 남성과 여성은 누구를 모델로 했던 것일까요? 클림트가 그림 속 여성에 대하여 전혀 언급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알 수가 없지만 크게 두 사람이 언급되고 있습니다. 한 명은 18세에 37세의 클림트를 알게 되어 12년 동안 관계를 유지했던 유부녀 아델레 블로흐 바우어라는 입니다. 또다른 한 명은 빈에서 가장 유명한 의상실을 운영했던 의상 디자니너 에밀리 플뢰게(Emilie Flöge, 1874-1952)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두 사람 모두 자신이 <키스>라는 작품 속의 여성이라고 주장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여러 정황상 에밀리 플뢰게가 그림 속 여인일 가능성이 큽니다.

 

&lt;에밀리 플뢰게 초상&gt;이란 그림을 보여주는 이미지입니다.
<에밀리 플뢰게 초상> 1902년 작

 

  많은 여성들과 관계를 가졌으나 결혼은 하지 않고 평생 독신으로 살았던 클림트에게 에밀리 플뢰게라는 여인은 특별한 사랑의 대상이었습니다. 그가 죽어가면서 에밀리를 찾았는데, 그녀는 종종 클림트의 모델이 되어주면서 27년 동안 클림트와 각별한 사이로 지냈습니다. 클림트는 수많은 초상화를 그렸는데 그중 1/3 이상이 귀부인들을 모델로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가 그린 에밀리의 초상화은 단 한 점에 불과하며, 관능적인 느낌이 없고 화려하지도 않습니다. 뭔가 다른 여성들과는 달랐다는 증거입니다. 하지만 에밀리는 자신의 초상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고 하네요.

 

  두 사람이 주고받은 엽서와 편지가 400통에 달지만 육체적인 사랑에 대한 언급이 없어 순수한 사랑을 한 것으로 말하기도 하지만 둘만의 이야기가 담긴 편지는 에밀리가 모두 불태웠다고 합니다. 클림트는 해마다 에밀리와 여름휴가를 떠났고 부부처럼 보이는 사진도 남아 있는데 왜 결혼도 하지 않았고 아이도 없었던 것일까요? 알쏭달쏭하지만 에밀리가 성공한 사업가로서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오직 '마담 클림트'로 살아야 하는 것이 걸림돌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시한번 그림을 볼까요?  <키스>에서 클림트는 적극적으로 여성에게 다가서고 있지만, 여성은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절벽 끝에 떨어질 것 같이 보이는 연인의 모습은 위태로워 보입니다. 아마도 클림트가 더 가까이 다가서지만, 결혼할 수 없어 불안하고 위태로운 에밀리의 관계를 절벽 위에 아스라이 서 있는 연인의 모습으로 표현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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