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코코 시대의 프랑스 귀족들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프라고나르의 대표작 <그네>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풍속화는 서민들의 생활을 그린 것을 의미하지만 18세기 로코코 시대는 호화로운 귀족들의 생활상을 그린 풍속화가 그려졌습니다. 로코코 (Rococo)라는 말은 바로코(Baroco)와 조약돌이란 프랑스어 로카유(Rocaille)의 합성으로 바로크 양식의 화려함과 장식성을 이어받아 더욱 경쾌하고 우아한 스타일을 특징으로 프랑스 상류층에서 유행하였습니다.
프라고나르(Jean-Honore Fragonard, 1732-1806)는 프랑스혁명이 일어나기 전 귀족들의 사치스러운 생활상을 잘 표현한 가장 로코코적인 화가로 불리웁니다. 그의 대표작 <그네 The swing>는 로코코 특유의 농염한 관능미와 당시 귀족들의 삶을 섬세하고 화려한 색채와 능란한 붓질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당시 프랑스의 귀족층들은 사치와 향락, 사랑놀음에 빠져있었는데, 결혼한 귀족이 애인으로 두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고 합니다.
<그네>는 프라고나르는 화려한 인생을 즐기기로 유명했던 은행가 상 줄리앙 남작에게 의뢰받아 1767년에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남작의 주문사항은 구체적이었습다. "그네를 타는 여자를 그릴 것. 주교가 그네를 밀고, 그림 속에 내 모습을 넣되, 내 얼굴이 그네를 타고 있는 여자의 다리와 같은 높이에 오게 할 것. 필요하다면 더 바짝 붙여도 상관없음"이었죠. 먼저 의뢰받은 화가가 작업을 포기하자 프라고나르에게 주문이 들어왔습니다.
작품의 배경은 인물들 주위의 울창한 수풀과 꽃나무 사이사이에 조각상이 장식되어 있고 저 멀리 저택이 보입니다. 아마도 귀족의 대저택 정원인 것 같습니다.
화려한 옷을 입은 여자가 그네를 타고 있네요. 드레스와 모자는 당시 귀족 여인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화려한 로코코풍 패션입니다. 오른편의 나이 든 남자는 그네의 줄을 밀고 당기고 있습니다. 여자의 아버지(남편?)으로 보이는 사람은 어둡게 그려져 존재감이 가볍게 느껴지네요. 남작은 원래 그네를 미는 사람을 사제로 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왼편에는 나무속에 숨어 비스듬히 누워있는 남자는 근사한 양복을 입고 있습니다. 이 남자는 그림을 주문한 생 줄리엥 남작인데 그의 시선은 여인의 치마 속을 향해 있고, 얼굴에는 놀라움과 기쁨이 뒤섞인 표정과 함께 홍조를 띠고 있습니다. 이 남자는 여자의 애인입니다. 프라고나르는 두 사람이 연인임을 암시하기 위해 남자의 윗저고리에 여자의 옷과 똑같은 색깔의 장미꽃을 그려 넣었습니다.
여인은 앞에 있는 남자를 유혹하려고 하는 듯 발을 높이 쳐들어 한쪽 구두를 공중에 날리고 있습니다. 이런 구두를 신으면 부축을 받지 않으면 걷기가 힘들어 귀족들만 신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구두는 성적인 해방을 암시합니다.
여인이 공중에 날린 구두 왼편에는 당시 귀부인들이 좋아했다는 에티엔 모리스 팔코네 조각상이 있습니다. 손가락을 입술에 대고 있는 조각상을 통해 두 남녀에게 애정 행위를 주의하라는 듯한 자세를 취하고 있습니다.
그림의 오른쪽 아래 남편의 발 앞에는 조그마한 애완견이 여인을 바라봅니다. 애완견은 두 사람의 사랑을 상징합니다.
프라고나르는 밝은 색과 어두운 색의 대비하여 드라마틱한 분위기를 조성하였을 뿐만 아니라 이 작품에 생동감을 주는 그네의 줄과 여인의 부드러운 팔, 여인에서 청년의 왼팔까지 이어지는 비스듬한 대각선 구도 등이 어우러져 로코코 미술의 정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판화로까지 제작되어 널리 퍼지면서 귀족 계층의 타락한 모습을 세상에 알리는 작품이 되었습니다. 로코코 미술은 1789년 프랑스 혁명 이후 퇴폐적인 귀족사회의 상징으로 여겨져 급격히 쇠퇴하였지만 그 화려함과 우아함은 후대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미술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 The Kiss> (41) | 2024.03.08 |
---|---|
카스파 다비드 프리드리히 <안개 바다 위의 방랑자 Wanderer above the Sea of Fog> (43) | 2024.02.29 |
조르주 쇠라의 그랑드자트 섬의 일요일 오후 (42) | 2024.02.19 |
예상하지 못한 변화를 일으킨 다비드의 <호라티우스 형제의 맹세> (42) | 2024.02.10 |
디에고 벨라스케스 <시녀들, Las Meninas> (70) | 2024.02.0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