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연휴의 마지막 날에 차분하게 들을 수 있는 피아노 독주곡입니다. 프란츠 리스트가 작곡한 "위안"이라는 잔잔한 곡입니다.
작곡가인 프란츠 리스트에 대한 것은 아래의 링크된 글을 참고하시면 됩니다.
https://www.dasichae.kr/2023/08/Franz-Liszt.html
바이올린에 파가니니가 있다면 피아노에는 리스트가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화려하고 어려운 기교의 연주를 보여주었던 명피아니스트였습니다. 더구나 휜칠한 키에 잘 생긴 외모로 리스트는 수많은 여성들의 열광적인 인기를 누렸습니다. 리스트 광팬들은 떼 지어 몰려와 그의 스카프와 벨벳 장갑을 잡아당겨 찢어진 조각이라도 주워 가겠다며 난장판이 벌어졌다고 합니다. 음악사상 초유의 일이었지요.
이러한 리스트가 자신과 잘 어울리지 않을 듯한 <위안 Consolations>이란 작품을 작곡했습니다. <위안>에는 두 가지 버전이 있는데, 감상하고자 하는 곡은 두 번째 버전이 더 잘 알려져 있으며, 감상하고자 하는 곡도 여기 포함되어 있습니다. 작품명은 프랑스 시인 생트 뵈브(Charles Augustin Sainte-Beuve, 1804 - 1869)의 시집에서 따온 것으로 전해지는데 이룰 수 없는 소망에 대한 아쉬움을 노래한 내용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리스트에게 어떤 아쉬운 소망이 있었던 것일까요? 1847년 순회연주 중이던 리스트는 지적이고 철학과 종교에 관심이 많은 카롤리네 비트겐슈타인(1819-1889) 후작 부인과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그녀는 연주생활을 중단하고 창작에 몰두할 것을 권유하자, 리스트는 피아니스트의 연주생활을 은퇴하고 바이마르의 궁정악장이 되어 함께 살게 됩니다. 후작 부인도 별거 중이던 남편과 이혼소송을 진행하는데, 생각하지 못한 문제가 발생합니다. 당시 우크라이나를 지배했던 러시아 정부는 엄청나게 큰 영지를 소유한 후작부인이 이혼소소에 개입하여 국제적인 문제로 커지게 됩니다.
로마 교황 비오 9세는 카롤리네에게 우호적인 재심 절차 개시 명령을 내려 1861년 혼인 무효의 최종 재가를 내립니다. 혼인 무효소송을 시작한 지 12년 만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리스트의 50세 생일날 로마에서 결혼식을 올리려 하지만, 카롤리네의 외동딸 마리가 바티칸에 혼인 이의신청을 제기한 것을 알게 됩니다. 러시아 정부가 '이혼'이 아닌 '혼인 무효'가 성립되어 카롤리네가 추후 재산권을 주장할 수 있는 가능성 때문에 딸 마리를 이용했던 것입니다.
그토록 끈질기게 소송을 진행하던 카롤리네는 딸 때문에 결국 모든 소송을 포기했습니다. 리스트는 신부가 되었고, 카롤리네는 수녀원에 들어가 생활하게 됩니다. 1886년 리스트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7개월 뒤 그녀도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카롤리네는 리스트 재단을 설립해 달라는 유언을 남겼고, 딸 마리는 어머니의 소원대로 재단을 세웠다고 합니다.
<위안>은 남편과의 이혼 소송은 승소하지 못한 상태이고, 피부병으로 힘들어하는 카롤리네를 바라봐야 하는 리스트가 그녀를 위로하기 위한 피아노 독주를 위한 소품집입니다. 리스트가 종교적인 주제를 다룰 때 주로 사용한 조성이 마장조(E Major)라고 하는데, 이 곡의 조성도 내림 라장조(D flat Major)와 마장조로 만들어져 있다고 하니 쾌유를 간절히 기도하는 마음으로 작곡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1번은 기도, 2번은 아베 마리아, 3번은 고독 속의 신의 축복, 4번은 죽은 자의 기도, 5번은 주의 기도, 6번은 잠에서 깨어난 아기에의 찬가라는 부제가 붙여져 있는데, 진실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슬픔과 위로의 감정이 담겨진 곡들입니다. 이중에 3번 Lento placido가 가장 유명합니다.
감상하기!
많은 피아니스트가 이 곡을 연주하지만 저는 조성진의 연주를 선택해 봤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iWYdl5Okv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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