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일상의 에피소드를 익살스럽게 그림으로 표현하는데 탁월했던 17세기의 네덜란드의 화가 얀 스텐의 [방탕한 가정]이란 그림을 감상해 보고자 합니다.
얀 스텐(Jan Steen, 1626-1679)이 그림의 주제로 가장 선호했던 것은 일상의 풍경입니다. 일상생활을 주제로 그림을 그렸던 얀 스텐은 네덜란드 화가들 중에서 관찰력이 가장 예리하고 유머 감각도 아주 탁월했습니다. 그는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만 생계를 유지할 수 없어서 여관을 경영하였는데, 이런 경험을 통해서 사람들의 행동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력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는 농촌과 중산층 시민들의 삶 속에서 볼 수 있는 익살스런 소재를 그림에 담으면서 도덕적인 교훈을 여러 상징을 통해 표현했습니다. 예를 들면 즐겁고 유쾌한 쾌락적인 삶을 그려놓고서는 앞으로 이러한 삶이 가져올 미래에 대해서 은근히 경고하는 식이었지요.
얀 스텐이 1666년경 그린 [방탕한 가정]은 부유한 가정의 방탕한 모습을 묘사하면서 그들에게 다가올 재난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림의 오른쪽에 있는 문 옆에 걸린 시계는 5시 5분 전을 가리키고 있으며, 늦은 오후의 햇살이 창문을 통해 스며들고 있습니다.
그림 위쪽의 이웃사람은 창문을 통해 집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이 집의 주인 남자(작가 자신의 얼굴 특징을 지니고 있음)는 담뱃대를 물고 사랑에 빠져서 집안의 혼란에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화려하게 차려입은 풍만한 여인(아내?)은 그에게 와인을 권하고 있습니다. 탁자의 다른 쪽 끝에 앉아 있는 가정부는 깊이 잠들어서 소년이 자신의 주머니에 든 물건을 훔치고 있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습니다.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음악가는 목걸이를 훔친 하녀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림 오른쪽의 두 아이 중 한 명은 악을 올리듯 동전을 들어 보이고 있네요.
바닥에는 흩어진 카드들, 커다란 굴 껍데기, 모자 등이 나뒹굴어져 있습니다. 오른쪽으로는 빵과 치즈가 풍성하게 쌓여 있고, 개는 먹음직스러운 고기에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침대 머리 쪽 장식에 올라가 있는 원숭이는 '인간 이하의 모든 것, 욕정, 탐욕, 과식, 뻔뻔함'의 상징하는 것으로 시계추를 만지며 놀고 있습니다.
그림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흥미로운 세부 요소들이 많습니다. 얀 스텐은 흥미로운 그림을 그리는 데만 관심이 있었던 것이 아닙니다. 그는 그림을 통해 도덕적인 메시지도 전달하려 했는데, 어른들의 품위 없는 행동은 아이들에게도 나쁜 영향으로 작용하며 심지어 하인들에게까지 영향을 준다는 내용입니다. 또한 식탐을 보이는 개와 시간을 낭비하는 원숭이를 통해서도 비슷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가정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천장에 매달린 것은 무절제한 가정을 기다리고 있는 칼, 자작나무(정의와 처벌을 상징함), 빈 지갑, 목발, 클래퍼 등을 포함한 심각한 운명을 암시하는 물건들이 들어있는 욕조로 전염병에 대한 경고를 주곤 했습니다.
17세기 네덜란드의 가정의 모습이 이러했다면, 우리 시대의 가정의 모습은 어떻게 그려질 것 같은가요? 우리 시대에는 사진이나 영상에 담으려하지 그림이 필요하다고 느끼지 않을 수도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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