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사람을 눈에 보이는 외모로 평가해서는 안된다는 교훈을 주는 탈무드 이야기입니다.
대단히 총명하고 뛰어난 학문을 가졌으나 못생긴 랍비가 있었습니다. 그는 어느 날 로마 황제의 공주와 만나게 되었습니다. 공주는 랍비에게 어려운 질문공세를 퍼부었지만, 랍비는 어떤 질문이든 막힘 없이 모두 대답을 했습니다. 그러자 공주는 "그토록 총명한 지혜가 이렇게 형편없는 그릇에 담겨 있다니."라고 말했습니다.
랍비는 "왕궁 안에 술이 있습니까?"라고 물었습니다. 공주가 고개를 끄덕이자 랍비는 "술을 어떤 그릇에 담아두고 있습니까?"라고 다시 물었습니다. 공주가 "술은 보통 항아리나 물통 같은 그릇에 넣어두고 있습니다.'라고 하자 랍비는 깜짝 놀라는 체하며 "로마의 공주님이라면 금이나 은으로 된 그릇들도 많을 텐데 어찌하여 그런 형편없는 그릇을 사용하고 계십니까? "라고 말했습니다.
랍비의 말을 들은 공주는 이제까지 금이나 은 그릇에 들어 있던 물은 보잘것없는 그릇에 옮기고, 싸구려 그릇에 들어 있던 술은 금은 그릇에 담아두었습니다. 그러자 시간이 지나면서 술맛이 변하고 맛이 없어졌습니다. 술맛이 변한 것을 알게 된 황제는 화를 내며 "누가 이런 데에 술을 넣었느냐?" 하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공주는 "황제께서 드시는 술은 그렇게 하는 것이 어울릴 것 같아서 제가 그랬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화가 잔뜩 난 공주는 랍비를 찾아가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랍비여, 어찌하여 당신은 나에게 술을 금그릇이나 은그릇에 담으라고 권했습니까?" 랍비는 태연하게 "공주님, 저는 공주님께 대단히 귀중한 것이라도 싸구려 항아리에 넣어두는 쪽이 좋은 경우도 있다는 것을 가르쳐드리고자 했을 뿐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물취이모(勿取以貌)라는 말이 있습니다. 외모를 보고 사람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뜻입니다. “Don’t judge a book its cover.” 서양에서는 사람의 외모를 책의 표지에 비유하면서 ‘책의 표지가 멋지다고 해서 반드시 그 책의 내용이 좋을 것, 이라고 판단하지 말라’고 합니다.
얼굴이 잘생기고 값비싼 좋은 옷을 입었다고 해서 그 사람의 인품이 훌륭한 것은 아닙니다. 겉만 번지르하게 꾸미고 으스대는 잘난 체하는 사람일수록 속이 텅 비고 보잘것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므로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사람을 외모로 평가해야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의 외형이 아닌 내면을 가득 채워야 합니다. 유대인의 격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항아리 속에 동전이 하나만 있을 때는 시끄러운 소리를 내지만, 동전이 가득 찬 항아리는 시끄러운 소리를 내지 않는다." 우리말에 벼는 익으면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말과 비슷합니다.
오늘 하루 눈에 보이는 것으로 사람들을 평가하지 말고 또한 눈에 보이지 아니하는 나 자신의 내면을 알차게 만들어 가는 하루를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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