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의 교향곡 6번 전원은 이란성쌍둥이 같습니다. 5번 운명과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졌으며 같은 날 함께 초연되었습니다. 하지만 두 곡은 운명 교향곡이 고통 가운데 승리하는 진중한 느낌이라면, 전원교향곡은 자연에서 느끼는 평화로운 분위기입니다.
루트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 1770-1827)
이번 포스팅에서는 베토벤과 이름이 같았던 할아버지와 아버지에 대한 부분만 언급하고자 합니다.
베토벤은 3대째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났습니다. 독일 본의 궁정악장을 지낸 할아버지를 존경해서 평생 그의 초상화를 걸어 두었지만(사실 두 사람이 함께한 시간은 3년 정도밖에 안 됨) 아버지 요한은 베토벤에게 좋은 아버지가 아니었습니다. 요한은 아들에게 음악적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고 모차르트처럼 음악 신동으로 만들어서 돈을 벌어보려고 했습니다. 알코올중독자였던 그가 술 먹고 밤늦게 들어와서 자고 있던 베토벤을 깨워 밤새도록 피아노를 치게 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지요. 아버지 요한이 모차르트의 아버지와 같은 훌륭한 스승이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다행히 베토벤은 11세 때 크리스티안 고틀로프 네페를 통해 제재로 된 음악교육을 받으며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네페는 베토벤에게 후원자를 연결해주기도 했습니다. 아마 네페도 그의 아버지와 갈등을 심하게 겪으며 우울증과 자살 충동에 시달린 경험이 있었기에 베토벤의 마음을 잘 이해해 주었던 것 같습니다.
그 이후의 베토벤에 대한 이야기는 다른 포스팅에서 작성한 내용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2023.02.26 - [함께 듣고 싶은 클래식/협주곡] - "황제라 칭하라"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5번 크리스티안 짐머만
교향곡 6번 전원(Pastorale)
교향곡 6번은 베토벤이 1808년 빈 근처의 하일리겐슈타트(Heiligenstadt, 지금은 빈의 23개 구역(Berirke) 중 제19구 되블링)에서 요양할 때 작곡한 것입니다. 하일리겐슈타트는 소리를 들을 수 없어 요양을 온 곳인데 증상이 악화되자 베토벤은 절망하며 두 동생들에게 유서를 쓰기도 했습니다. 이를 '하일리겐슈타트 유서'라고 하는데, 실제 동생들에게 보내지지 않았지만 당시 베토벤의 절망적인 심경과 괴로움을 잘 보여줍니다.
또한 이런 역경 가운데 교향곡 5번 운명이 작곡되었지요. 운명은 6번 전원과 같은 날인 함께 1808년 12월에 초연되었습니다. 전원이 먼저 연주가 이루어졌지만 악보를 출판할 때는 운명이 먼저 되어 지금의 순서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베토벤은 귀가 들리지 않는 비극적인 상황을 이겨내는 운명을 작곡하면서 동시에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전원을 작곡했던 것이지요. 베토벤에게는 자신의 절망적인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자연 속에서 치유를 경험하였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이때 베토벤은 아침에 기상하여 오후 2시까지 일을 한 후 저녁이 되도록 산책하는 것이 일과였다고 합니다. 지금의 하일리겐슈타트에는 아래 사진과 같은 산책로, 즉 '베토벤 산책로'(Beethovengang)가 있습니다.
베토벤이 자연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는데, 그가 자연을 통해 느꼈던 것을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나의 불행한 귀는 여기서는 나를 괴롭히지 않는다. 시골의 모든 나무들이 나에게 이렇게 널하는 것 같다. "신성하도다! 신성하도다!"
"전능하신 신이시여, 숲속에서 나는 행복합니다. 여기서 나무들은 모두 당신의 말을 합니다. 이곳은 얼마나 장엄합니까?"
교향곡 6번은 파격적인 것이 있습니다. 교향곡이 일반적으로 4악장으로 이루어지는데 5악장으로 구성되었다는 것과 곡의 분위기를 암시하는 표제가 붙여져 있습니다. 6번은 표제 교향곡으로 그가 직접 제목을 붙인 몇 개 되지 않는 작품들 중의 하나입니다. 베토벤은 이곡의 자필 악보에 "전원 교향곡 또는 전원생활의 회상. 묘사라기보다는 김정의 표현"이라고 기록했습니다. 파스토랄(pastorale) 음악은 전원풍이라는 뜻입니다.
각 장에도 표제를 붙였는데, 1악장은 시골에 도착했을 때의 유쾌한 기분, 2악장은 시냇가의 풍경, 3악장은 시골의 축제, 4악장은 천둥과 폭풍, 5악장은 폭풍우가 지난 후 양치기가 드리는 감사의 노래입니다. 3악장에서 5장까지는 쉬지 않고 연달아 연주됩니다(전문용어로 아타카, attacca).
이런 표제가 음악을 감상하는데 핵심 포인트라고 생각됩니다. 왜냐하면 작곡가가 직접 곡에 대한 설명을 해놓았기 때문입니다. 전원 교향곡 중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것은 1악장입니다.
비교감상하기!
첫 번째 링크 : 오스트리아의 법학도 출신 카를 뵘(Karl Böhm, 1894-1981)이 지휘하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Wiener Philharmoniker)의 연주(1971년)인데, 1-2악장의 템포가 좀 빠릅니다.
두 번째 링크 : 독일 태생 유대인 브루노 발터(Bruno Walter, 1876-1962)가 지휘하는 컬럼비아 심포니 오케스트라(Columbia Symphony Orchestra)의 연주(15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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