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우울증을 극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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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우울증을 극복하다!”

by 다시채 2023. 6. 2.

  서정적이고 감미로워서 ‘북구의 로맨티시스트’라고 불리는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은 한국인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곡이며, 그가 고통과 시련으로 인한 우울증을 극복한 작품이기에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라흐마니노프(Sergei Vasilievich Rachmaninoff, 1873-1943)

라흐마노프가 피아노 앞에 앉아 있는 사진입니다.
라흐마니노프의 모습 (출처 : utahsymphony.org)

 
  부유한 귀족 집안의 아버지와 러시아군 장교의 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라흐마니노프는 어린 시절부터 일찍 재능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아들의 재능을 알아본 어머니가 4살 때 피아노를 가르치기 시작하여, 부모가 이혼한 이후에는 모스크바에서 음악을 공하게 됩니다. 18세에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작곡하고, 24세에 교향곡 1번을 발표합니다. 하지만 교향곡 1번은 아주 혹독한 비판을 받자 그는 큰 충격을 받고 우울증과 자기 불안에 빠져 3년 동안 공개적인 활동을 하지 않게 됩니다. 그전에 고모의 딸과 결혼했던 것도 그를 힘들게 했던 것도 있습니다만.... 러시아 작곡가 이반 스트라빈스키가 라흐마니노프를 '198cm 짜증이'이라고 부른 것을 보면 예민한 성격이었는데, 혹독한 비판에 더욱 힘들어했을 것입니다.
 
  그는 피아니스트로만 활동하다가 유명한 의사 니콜라이 달(Nikolai Dahl)을 찾아가 자신감 회복하게 됩니다. 달은 최면 요법에 관심을 가진 모스크바 의사이자 아마추어 실내악 연주자였습니다. 심리치료를 통해 회복된 이후의 첫 작품이 피아노 협주곡 2번입니다.
 
  오늘날 라흐마니노프는 작곡가로 유명하지만 그가 살았을 당시에는 작곡가보다 피아니스트로 더 유명했습니다. 정확한 연주와 세련된 테크닉, 연주할 수 있는 레퍼토리도 방대했습니다. 특히 자신이 작곡한 고난도의 피아노곡을 쉽게 소화해 냈는데, 그의 손이 매우 컸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2미터에 육박하는 장신인 그가 손가락을 완전히 펼쳤을 때 30cm 정도였다고 하니 약 13도의 음(한 옥타브 하고도 5음 정도를 더 누를 정도)을 한 손으로 연주할 수 있었지요. 위에 있는 사진을 보면 라흐마니노프가 피아노 건반 위의 손을 올려놓았는데 그의 손이 컸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라흐마니노프의 탁월한 암기력은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고 합니다. 모스크바 음악원 시절 길고 난해한 곡을 과제로 내주어도 그는 그 곡을 모두 외었으며, 그의 급우였던 알렉산드르 코르덴바이저의 증언에 따르면 "그가 한 번이라도 들어본 곡이 언급되면 무엇보다 그가 마음에 들었던 곡이라면 그 곡을 마치 자세히 공부한 것처럼 연주해 냈다."라고 합니다. 

  라흐마니노프는 당시 베토벤과 쇼팽의 연주와 해석에서 최고의 평가를 받았고, 20세기 최고로 곱히는 호로비츠가 가장 닮고 싶은 피아니스트였습니다.
 
  1917년에 러시아 혁명이 일어나자 라흐마니노프는 1918년 미국으로 망명을 합니다. 미국에서는 단지 6곡 만을 작곡했는데, 그 이유는 생계형 피아니스트가 되어 바쁜 연주회 일정뿐만 아니라 요통과 관절염으로 고통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라흐마니노프의 대표적인 작품은 네 개의 피아노 협주곡과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 [보칼리제]도 자주 연주되고 있습니다.
 

피아노 협주곡 2번

  라흐마니노프는 네 개의 피아노협주곡을 썼는데, 그중에서  2번과 3번이 인기가 있습니다. 이 곡은 자신의 심리 치료를 담당하였던 니콜라이 달(Nikolai Dahl) 박사에게 헌정했습니다. 이 곡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배경음악이나 주제로도 많이 사용됩니다.
 
  이 작품을 1901년에 자신이 피아노를 연주하며 모교인 모스크바 음악원 관계자들과 동료 피아니스트만 초대하여 비공식 연주회를 가졌는데, 이것은 교향곡 1번의 실패의 영향인 것 같습니다. 그는 자신의 교향곡 1번을 평생 다시 듣지 않았다고 할 정도였으니까요.
 
 이 곡은 3악장으로 되어 있는데 피아니스트에게 드라마틱한 작품입니다. 작곡의 순서가  2악장, 3악장, 1악장 순이었다는 것이 특이합니다. 1악장은 소나타처럼 피아노 독주로 시작되어 무겁고 진중한 분위기입니다.
 
  2악장은 ‘아다지오 소스테누토(느리게 그 음을 충분히 눌러서)’라는 나타냄 말이 쓰여 있는데, 어떤 음도 허투루 연주하면 안 된다고 알려주는 지시어입니다. 철두철미하게 라흐마니노프 자신의 특징인 우울하고 슬픈(멜랑콜리)한 정서가 가장 많이 표현되어 있으며, 피아노와 오케스트라의 3:2 리듬으로 계속 엇갈리는 박자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악장인데 개인적으로도 이 악장을 들으면 제 마음을 끌어당기는 묘한 느낌을 받습니다.
 
  3악장은 화려하면서도 가장 깁니다. 3악장의 끝 부분에서는 곡의 맨 처음 부분이 되돌아오는 순환적 구조인데, 피아노의 화려한 테크닉을 보여주며 마무리됩니다. 마치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처럼 무엇인가를 극복했다는 느낌입니다. 

 

  여기서 하고 싶은 말은 피아니스트 손열음 님의 이야기가 이 곡을 이해하고 감상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는 것입니다. 그녀는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2번의 연주를 제의받고 연습을 하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가장 거슬렸던 점은 차이콥스키 피아노협주곡 1번을 그대로 베껴놓은 것 같은 구조였다. 여기저기 부자연스러운 무브먼트 투성이...." 하지만 다시 이 곡을 연주하게 되어 연습을 하다가 자기의 허락 없이 성큼 다가와 버린 음악이 되었답니다. 마치 자신의 이야기 같은 음악이 되어 벅차오르는 감정을 견디지 못해 울어버렸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가장 많이 수정한 글이 바로 이 곡입니다. 작곡가 라흐마니노프가 우울증을 극복한 음악이요, 피아니스트 손열임이 부정적으로 느끼다가 자신의 음악으로 받아들인 음악이요, 감상하는 나 자신에게도 무엇인가를 극복한 '특별한 나의 음악'으로 기억되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비교 감상하기!

  가장 유명한 연주는 스비아토슬라프 리히테르(Svia toslav Richter, 1915-1997)의 연주입니다. 블라디미르 아슈케나지(Vladimir Davidovich Ashkenazy, 1937년 생)의 연주로 이 곡을 처음 듣기 시작하였지만, 우울증 이야기를 알게 된 이후부터는 묵직하게 느껴지는 리히테르의 연주를 개인적으로 더 좋아합니다.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연주는 연주실황을 볼 수 있습니다. 
 
  리히테르 연주는 제2악장 연주가 11분 5초 경에 시작되고, 제3악장은 23분에 시작됩니다. 조성진의 연주는 11분 40초 경에 제2악장이 시작되고, 23분 55초 즈음에 제3악장이 시작됩니다. 한번 들어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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