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곡은 30분 넘게 연주가 되는 곡이지만 서주가 매우 유명하고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바로 독일의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가 작곡한 교향시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동일한 제목의 니체의 책에서 감명을 받아 작곡한 곡입니다.
클래식 음악에서도 첫 경험이 중요한 듯합니다.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라는 곡을 처음 듣게 된 것은 대학생 시절에 구매한 저가의 클래식 컴필레이션 CD입니다. 매우 짧으면서도 웅장하고 신비롭게 느껴져 자주 들었던 곡입니다. 제목도 철학자 니체의 책 제목과 똑같아서 약간의 궁금증을 가지고 있었지요. 그런데 오랜 시간이 흘러 클래식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진 이후에야 제가 들었던 것은 서주일뿐이고 곡 전체를 연주하려면 30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는 단악장의 교향시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1896년 32세의 슈트라우스(Richard Strauss, 1864-1949년)는 독일 철학자 니체(Friedrich Wilhelm Nietzsche, 1844-1900년)가 쓴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라는 철학책에 감명받아 동일한 제목의 곡을 교향시 형태로 작곡했습니다. 기존 종교에 회의를 품고 있었던 슈트라우스는 신을 죽었다고 선언하고 ‘초인’을 주장한 차라투스라의 매료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니체의 철학책을 음악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니체의 사상을 예찬한 것입니다. 슈트라우스는 “인류의 기원과 종교와 과학 등의 갖가지 단계를 거쳐 초인에 이르는 과정, 즉 니체가 초인사상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렸다”라고 말했습니다.
차라투스트라는 조로아스터교의 교주인 조로아스터의 독일어 발음입니다. 니체의 책에는 수도자인 자라투스트라가 산에 들어가 수도를 하며 산에서 내려오기까지의 이야기를 쓴 ''자라투스트라의 서설'과 인간에 관한 여러 가지 일들(기쁨, 전쟁, 사랑, 죽음, 괴로움 등)을 중심으로 약 80개의 제목을 가진 다양한 내용의 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리하르트는 니체의 원작 가운데 8개의 에피소드를 골라 나름대로 순서를 배열한 후 서주를 붙여 총 99 부분으로 구성하였습니다..
1. 서주(해돋이)
2. 저편의 세계를 믿는 사람들에 대해
3. 위대한 동경에 대하여
4. 환희와 열정에 대하여
5. 무덤의 노래
6. 학문에 대하여
7. 치유되고 있는 자
8. 춤의 노래
9. 밤 나그네의 노래
교향시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서주 부분은 스탠릭 큐브릭(Scanley Kubrick) 감독의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Space Odyssey>에 삽입되면서 더 유명해졌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지 못했으며 이 영화가 나오기 전에 카라얀이 지휘하는 연주를 CD로 들었을 뿐입니다. 그 이전에도 엘비스 프레슬리가 무대에 등장할 때도 이 곡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서주 이후 이어지는 나머지 에피소드들은 별다른 감흥이 없습니다. 철학적이라서 어렵게 느껴지는 것인지 니체의 사상을 좋아하지 않아서 그런지 음악을 잘 모르기 때문에 그런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하지만 마지막 부분은 언급하고 싶네요. 마지막 연주는 베토벤의 고통을 극복한 환희이나 말러의 부활 교향곡에서 느껴지는 웅장함이 전혀 없습니다. 음악적으로도 어떤 조성으로 확실하게 마무리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냥 잔잔한 분위기 속에서 연주를 끝낸 것 같지 않은 느낌으로 마무리됩니다. 이러한 마무리를 니체가 말하는 영원회귀(The Eternal Recurrence of the Same) 즉, 동일한 것을 영원히 반복한다는 것에 대한 암시 때문이라고 해석하기도 합니다.
감상하기!
대학생 시절 들었던 CD에 카라얀이 지휘하는 곡이어서 카라얀 지휘 베를린 필하모닉의 연주를 링크합니다.
https://youtu.be/wFWhXKVrytw?si=l1krt6SAs62d1WhW
'함께 듣고 싶은 클래식 > 교향곡(관현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알비노니의 아다지오(Adagio), 지아조토의 편곡인가 작곡인가? (72) | 2024.05.18 |
---|---|
하이든의 교향곡 94번 놀람, 놀라게 하는 요소가 많군요! (36) | 2024.04.07 |
스트라빈스키 <봄의 제전>, 클래식 공연 사상 가장 큰 해프닝을 일으키다! (34) | 2024.02.27 |
베토벤의 교향곡 9번 '합창' , 자유와 평화와 인류애를 담다! (111) | 2023.12.22 |
볼레로(Bolero), 모리스 라벨의 음악적 재능이 응축된 걸작 (71) | 2023.06.2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