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식사를 하면서 즐길 수 있는 음악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바흐와 헨델과 친분을 맺으면서도 그들보다 더 유명했던 텔레만의 <식탁음악>입니다.
'바로크 시대를 대표하는 음악가'로 누가 떠오르시나요? 우리는 바흐나 헨델을 자연스럽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들이 살아있을 당시에는 텔레만(Georg Philipp Telemann, 1681~1767) 이 훨씬 더 인기 있는 음악가였습니다. 그가 악보 판매 예약을 받기 시작하면 독일뿐만 아니라 영국, 프랑스, 스웨덴, 저 멀리 러시아에서까지 텔레만의 악보를 사기 위한 주문이 쇄도했다고 합니다. 라이프치히의 칸토르(도시의 음악 총괄자) 자리가 비었을 때 바흐와 텔레만이 함께 지원하였는데, 라이프치히 시의회에서는 텔레만을 가장 우선순위에 두었고, 바흐는 3순위였다고 합니다. 텔레만은 함부르크 칸토르 재계약 시점이 다가오자 연봉협상의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서 지원한 것이라고 합니다.
동갑내기 음각가 바흐와 헨델보다 4년 먼저 태어난 텔레만은 클래식 역사상 가장 많은 작품을 만든 작곡가로서 기네스북에 이름이 올라있습니다. 텔레만은 오페라, 교회음악, 관현악, 실내악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작곡했는데 확인된 것만 3,000개가 넘습니다. 이렇게 많은 작곡을 하게 이유가 두 번째 아내였던 마리아 카테리나(1698~1775)의 사치스러운 삶과 도박 빚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텔레만이 남긴 작품중에는 다양한 소편성 악기로 연주하는 일명 ''타펠뮤지크"(Tafelmusik은 독일어로 식탁 음악이란 뜻)가 있습니다. 제목 그대로 식사할 때 사용되던 음악이었죠. 당시에는 지금과 같이 음악을 재생할 수 있는 기기가 없었기 때문에 재력 있는 귀족들이 식사를 할 때에 최소 7-8명의 연주가를 동원하여 라이브 연주를 했습니다. 일종의 BGM(Back Ground Music)으로 이미 포스팅했던 ‘디베르티멘토’(divertimento)와 약간 성격이 비습합니다.
https://dasichae.tistory.com/240
텔레만은 3개의 타펠뮤지크를 작곡했었는데, 관현악 모음곡 - 사중주곡 - 콘체르토(협주곡) - 트리오 소나타(3개의 악기로 연주하는 소나타) - 솔로 소나타(독주 악기로 연주하는 소나타) - 마지막 곡, 이렇게 여섯 장르의 곡으로 보통 한 집(Production)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여유롭게 식사를 즐길 수 있도록 잔잔하면서도 고풍스런 분위기의 곡들을 1시간 30분 정도 연주되도록 작곡했습니다.
감상하기!
감상할 곡은 텔레만의 <식탁음악> 제3집 중 '서곡'입니다. 이 작품이 발표되었을 때 많은 귀족이 자신의 궁정에서 서로 연주해 달라고 엄청난 요청이 있었다고 할 만큼 인기가 많았습니다. 텔레만의 식탁음악을 틀어놓고 마치 귀족이 된 것처럼, 여러분께서도 식사를 하시는 것은 어떨까요?
Jordi Savall의 지휘 Georgian Sinfonietta의 연주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gXr2nbiAM6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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