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악한 상황 가운데 인간의 존엄성을 보여준 메시앙의 <시간의 종말을 위한 4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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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악한 상황 가운데 인간의 존엄성을 보여준 메시앙의 <시간의 종말을 위한 4중주>

by 다시채 2023. 11. 3.

  많이 알려진 작곡가도 아니고 듣기 편안 곡도 아닌 것 같지만 포로수용소의 열악한 상황 가운데 인간의 존엄성을 보여준 의미심장한 작품, 메시앙의 <시간의 종말을 위한 4중주>를 소개합니다.


 
  메시앙(Olivier Messiaen, 1908 - 1992)은 드뷔시 이후 최고의 프랑스 작곡가이자 오르가니스트입니다. 그는 스스로를 작곡가이면서 리듬의 창조자라고 부를 정도로 철저하게 리듬 기법을 추구했던 작곡가이고, 또한 세계 각지의 다양한 새소리를 연구하여 창작의 소재로 사용했기 때문에 조류학자로서도 널리 알려졌으며, 내면적으로 가톨릭 신자로서 중세 이후 교회음악을 가장 많이 작곡한 작곡가입니다.
 

메사앙의 얼굴을 보여주는 이미지입니다.
메시앙의 모습 (출처 : vocalessence.org)

 
  메시앙의 작품중 <시간의 종말을 위한 4중주>(Quatuor pour Is fin du Temp)이란 곡이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졌는데, 이 곡은 수용소에서 만들어졌습니다. 유대인들을 학살했던 아우슈비츠 같은 곳은 아니었지만  메시앙이 제 2차 세계대전 중 1940년 독일군의 포로가 되어 굶주림, 추위, 노동으로 힘들고 불안한 상황에서 작곡된 곡입니다. 폴란드의 실레지아 게롤리쯔(Schilezia Gerlieze)에 수용된 메이앙은 이곳에서 3명의 음악가를 만나게 됩니다. 함께 수용되어 있던 바이올린 연주자 쟝 르 불레르클라리넷 연주자 앙리 아코카첼로 연주자 에티엔느 바스키에입니다.
 
  그래서 이 곡은 바이올린, 클라리넷, 첼로, 피아노(메시앙이 연주)라는 특이한 편성으로 이루어졌는데 음향적으로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단지 포로수용소에 있었던 연주자에 맞추어 연주할 수 있는 악기로 작곡되었기 때문입니다.
 
  이 곡은 수용소에서 1941년 1월 15일 초연되었는데, 수용소 책임자가 음악을 이해하는 사람이라 가능했습니다. 당시의 상황은 매우 열악했습니다. 첼로의 줄은 세 개 밖에 없었고 피아노의 건반은 손가락으로 끌어올려야 제자리에 오는 것이었고, 날씨는 또한 영하 30도의 맹추위 속이었지만 연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수용소 안에서 오락거리가 없어 권태를 느낀 포로들이 이들의 연주에 열심히 귀 기울였기 때문이었죠. 그래서 이곡은 극한의 상황에서 음악으로 인간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 위대한 작품이라고 평가하기도 합니다. 제가 이 곡을 포스팅하는 것도 음악적으로 탁월하기 때문이 아니라 이런 이유 때문이지요.
 

 
  <시간의 종말을 위한 4중주>는 현대음악의 새로운 기법으로 만들어진 작품으로 인류 멸망의 위기를 격렬하게 표현한 곡입니다. 이 곡은 성서의 요한계시록에서 세상의 종말을 언급하고 있는 부분을 표제로 8악장으로 구성된 실내악곡입니다. 메시앙이 직접 극한의 포로수용소에서 체험한 인류 멸망의 위기를 격렬하게 표현하였으며 절정에 이르러서는 맑고 깨끗한 선율을 통해 하나님에게 귀의하는 것으로 곡이 마무리됩니다. 
 
  메시앙이 이 곡의 각 악장마다 코멘트를 남겼습니다. 이런 코멘트를 통해 이 곡을 감상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소개합니다. 

 

1악장 <수정체의 예배>
  꾀꼬리들이 펼치는 즉흥 연주를 종교적 의미로 번역한 것입니다.
“오전 3시부터 4시 사이 새들의 눈뜸 무수한 음과 나무 사이를 빠져나와 멀리 사라지는 트릴의 빛에 싸여 꾀꼬리들이 즉흥 연주를 펼친다. 이것을 종교적 플랜으로 바꾸어 놓는다 하늘의 해탈의 정적을 얻게 될 것이다.”
 
2악장 <시간의 종말을 고하는 천사들을 위한 보칼리즈>
  성가입니다. 
“제1, 3 부분이 강력한 천사의 힘을 나타낸다. 천사는 머리에 무지개를 감고 몸은 구름에 싸여 한쪽 발은 바다에 또 한쪽은 땅 위에 놓는다. 피아노에 배당된 블루 오렌지 화음의 감미로운 폭포가 멀리서 들리는 종의 울림으로 바이올린과 첼로의 성가풍 멜로디를 감싸준다.”
 
3악장 <새들의 심연>
  새를 상징하는 클라리넷이 홀로 연주합니다.
"심연, 그것은 슬픔과 권태의 ‘때’이다 새들은 ‘때’와 대립한다. 이것은 별과 빛과 무지개 그리고 환희의 보칼리즈로 향하는 우리의 희원이다."
 
4악장 <간주곡>
"스케르초, 다른 악장들에 비해서 외면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개의 멜로디를 순환시키면서 연관성을 맺고 있다."
 

 
5악장 <예수의 영원성에의 송가> 
  첼로와 피아노만으로 연주되는 악장으로 피아노의 단조로운 반주 위에 경건하기 그지없는 첼로의 선율이 도도히 흐릅니다. 말씀으로서의 예수는 피아노의 반주를 동반한 첼로의 노래에 의해 기도됩니다.
“예수는 여기에서 말씀으로 여겨진다. 하나의 한없이 느린 첼로의 큰악절이 사랑과 존경으로 이 강력하고 부드러운 말씀이신 예수의 영원성을 찬양한다. 세월이 조금도 고갈되지 않는 영원성 위풍당당하게 일종의 멀리 있는 사랑과 주권자로서 멜로디가 펼쳐진다.”
 
6악장 <7개의 나팔을 위한 광란의 춤>
  절망적인 운명을 상징하는 공포의 포르티시모입니다.
“율동면에 있어서 이 악장은 전 악장 중에서 가장 특징적이다. 4개의 악기는 유니즌으로 공과 나팔을 모방한다(계시록의 여러 가지 파국을 차례로 알리는 여섯 개의 나팔과 하나님의 비밀의 성취를 알리는 일곱째의 나팔이다.) 음악의 돌, 강철의 저항할 수 없는 움직임, 절망적인 운명의 거대한 벽, 자포자기의 얼음 결정적으로 악장의 말미에 이리저리 움직이는 공포의 가장 강한 음을 들어보라.”
 
7악장 <시간의 종말을 고하는 천사들을 위한 무지개의 착란>
  선율적이고 역동적인 동기들이 서로 교차되고 분할되어 나타납니다.
“제2악장에서의 힘에 넘치는 천사가 그리고 그를 에워싼 몇 개의 무지개가 나타난다). 무지개는 평온과 슬기로움의 또 빛과 음의 모든 진동의 상징이다. 꿈속에서 나는 낯익은 색과 모양으로 분할된 화성과 멜로디를 보고 듣는다. 그리고서 이 변화하는 풍경 뒤에 나는 비현실 속을 지나가고 초인적인 색채의 소용돌이치는 침투 속에 현기증 나는 황홀경으로 빠져든다.”
 
8악장 <예수의 영원성에의 송가>
  바이올린은 인간으로 다시 태어난 예수를 의미합니다.
“다섯 번째 악장의 첼로 독주에 대비하여 행해지는 바이올린의 장대한 독주 왜 두 번째 송가인가? 이 송가는 예수의 두 번째면, 즉 인간으로서의 예수, 육체로 화아여서 우리에게 그의 삶을 알리려고 영원히 부활하신 면을 더 강조한다. 이 송가는 완전한 사랑이다. 극도의 고음으로 가는 흥분한 느낌, 이것은 하나님을 향한 인간과 아버지에게 가는, 하나님의 아들 신성한 피조물들이 천국으로 향하는 상승인 것이다.” 
 

감상하기!

지휘자 정명훈 님이 피아노로 참여한 2001년의 녹음으로 5악장을 감상해 보시죠.
Gil Shaham(바이올린), Paul Meyer(클라리넷), Jian Wang(첼로), Myung-Whun Chung(피아노)
 

https://www.youtube.com/watch?v=HZjHl4QMJs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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