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이탈리의 화가 카라바조의 <나르키소스>라는 작품에 대한 포스팅입니다.
카라바조(Michelangelo Merisi da Caravaggio, 1571~1610)는 과격하고 폭력적인 39년이란 세월을 살았지만 극단적으로 명암이 뚜렷하게 대비되는 키아로스쿠로(Chiaroscuro) 기법을 사용하여 미술사에 큰 영향을 끼친 인물로 평가됩니다. 그의 고향 이름을 따서 주로 카라바조로 알려져 있습니다.
인간이 지닌 양면적인 모습을 빛과 어둠으로 잘 묘사했던 카라바조의 특징이 <나르키소스 Narcissos>라는 작품에도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나르키소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타난 인물로 강의 신 케피소스와 물의 님프 리리오페의 아들입니다. 양치기 소년이었던 나르키소스는 신의 저주를 받아 호수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며칠 동안 먹지도 자지도 않고 호수에 비친 자신의 모습만을 바라보다가 물속에 빠져 죽습니다. 그가 죽은 자리에는 수선화(꽃말이 자기애, 신비, 자존심으로 나르키소스의 이야기에서 유래했음)가 피어났습니다. 사람들은 이렇게 나르키소스처럼 자기애에 빠진 것을 '나르시시즘' (Narcissism)이라고 합니다.
<나르키소스>라는 작품에는 다른 배경이나 등장인물이 없습니다. 무대 위 주인공을 비추듯 스포트라이트는 오로지 나르키소스를 향하고 있습니다. 카라바조의 작품 속의 나르키소스는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마치 사랑하는 연인을 보는 듯 애틋하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물속에 비친 자기 모습을 더욱 자세히 보기 위해 한껏 고개를 숙인 채 반쯤 벌린 입과 눈은 넋을 잃은 표정입니다.
물 밖 모습과 물속의 모습을 비교해 살펴보세요. 분명히 물 밖의 나르키소스와 물속의 나르키소스가 동일하게 묘사되어 있지 않습니다. 물 밖의 현실적인 나르키소스는 충분히 멋지고 잘생기게 묘사되어 있는데, 물속의 나르키소스는 어둡고 우울하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카라바조는 내면에 있는 빛과 어둠, 선과 악의 이중성을 그림으로 표현하는데 탁월했습니다. 이런 특성은 종교적으로는 누구보다 열심이었지만, 순간적안 분노를 참지 못해 살인자가 되었던 카라바조 자신에게서 나온 것이겠지요.
자기애의 대명사가 된 나르키소스... 자신과 사랑에 빠졌던 나르키소스는 자기애를 의미하는 용어인 나르시시즘이란 용어를 남기게 되었습니다. 이런 정신분석학적인 용어를 들먹거리지 않더라도 그림을 통해 우리 자신의 내면을 한번 들여다보았으면 좋겠습니다. 현실적인 내가 바라보는 내 모습은 어떻게 그려질 것 같나요? 너무 나 자기중심적인 성향이 강하진 않나요? 자신을 사랑하되 건강하게 사랑해야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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