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의 그림 중에는 여인을 누드로 묘사하는 모습이 많이 등장합니다. 왜 서양의 그림에는 이런 특징이 나타나는 것인지 간략하게 살펴보고자 합니다.
동양의 그림은 여인을 그림으로 그려도 알 몸이 드러나는 그리는 것은 많이 않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서양의 그림에서는 왜 이렇게 대놓고 여인의 누드를 그리는 그림이 많은 것일까요? 일례로 벨기에의 화가 페테르 바울 루벤스(Pieter Pauwel Rubens, 1577-1640)는 <파리스의 심판>(The Judgement of Paris)을 여러 번 그렸는데, 여신들의 아름다운 몸매를 다각도로 보여줍니다.
<파리스의 심판>은 고대 그리스 시인 호메로스의 서사시 <일리아스>(Ilias)에 기록된 내용을 근간으로 많은 화가들이 그림을 그렸습니다. '가장 아름다운 여인에게'라는 문구가 적힌 사과를 차지하기 위해 모든 여신이 다투게 되는데, 신들의 여왕 헤라,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 지혜와 전쟁의 여신 아테나, 이 세 여신만 남게 되었습니다. 이 다툼을 중재할 수 없었던 제우스와 올림푸스의 신들은 이 판결을 인간들 중에 가장 잘생겼던 양치기 파리스(Paris)에게 맡기게 됩니다.
위의 그림을 보면 파리스 앞에서 여신들이 자신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습니다. 보조진행자 헤르메스는 황금사과를 들어 보이며 여신들의 경쟁심을 자극합니다. 나무기둥에 걸터앉아 목동의 지팡이에 기댄 파리스는 턱을 손에 괴고 여신들을 바라보고 있는데, 넋이 나간 듯한 그의 표정으로 볼 대 제대로 된 판결은 어려운 것처럼 보입니다.
이렇게 서양의 그림에서 여인의 누드가 많은 이유를 서양인은 노출된 육체미를 아름답게 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한편 동양에서는 감추어진 육체를 더 아름답게 본다고 합니다. 동양인보다 서양인은 사실적인 묘사의 인물화를 선호했습니다. 서양인들이 눈에 보이는 대상을 최대한 사실적으로 표현하기를 원했던 것이지요. 서양회화에 누드가 많고, 동양회화에서 누드를 찾아보기 힘든 것은 동양과 서양의 세계관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박석 교수에 의하면, 서양회화는 드라마틱한 사건이나 상황을 소재로 삼아 살인, 분노, 공포 등을 표현했지만, 동양회화는 끔찍한 장면이나 사건을 예술감상의 대상으로 삼지 않았습니다. 서양의 문학과 예술은 인간 감정의 극한까지 파고들어 공포, 전율, 연민 등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추구했지만, 중국의 문학과 예술은 보편적인 정서를 드러내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서양의 회화나 문학에는 근친상간, 부모 살해 등이 종종 등장하지만, 동양 예술에서는 그런 장면이 등장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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