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너 박인수 님이 지난 2월 28일 세상을 떠나셨는데, 그 소식을 뒤늦게 접하게 되었습니다. 좀 늦었지만 고 이동원 님과 함께 부른 “향수”라는 노래를 감상하며 고인을 추모하고자 합니다.
개인적으로 어느 날 아침에 차 안에서 “향수”라는 노래를 들었던 기억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아침 일찍 서울로 올라오는 차 안에서 서정적인 가사와 아름다운 멜로디가 너무 인상 깊게 느껴졌던 추억이 있습니다. 그래서 며칠 전 오랜만에 오디오를 켜서 향수와 블로그에 올렸던 노래들을 감상해 보았습니다.
박인수(1938-2023)
고 박인수 교수는 1938년 5남매의 장남으로 태어났으며, 넉넉지 않은 가정 형편 때문에 초등생 때부터 과일 행상, 신문 배달 등을 하면서 고학을 했습니다. 서울대 음대를 입학한 후 4학년 때부터 오페라 가수로 활동을 하다가 1970년에 미국 유학을 떠나게 됩니다. 1983년 귀국하여 서울대 성악과 교수로 임용되고 2003년 은퇴하기까지 약 300편의 오페라에 출연했고 2,000회 이상의 독창회를 열었습니다. 퇴임 이후에도 백석대학교에서 후학을 양성하셨고, 별세하시기 전까지 미국에서도 크고 작은 공연으로 활동하셨다고 합니다.
한국의 첫 크로스오버 "향수"
1989년 고 이동원(1951-2021)의 제안으로 박인수 교수는 듀엣으로 “향수”를 부르는 곡을 발표합니다. 납북 시인 정지용의 시(1927년 발표)에 작곡가 김희갑 님이 작곡했습니다. 시인과 대중음악 작곡가 대중 가수와 성악가의 아름다운 조합을 이루어 탄생한 “향수”는 국민들의 큰 사랑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성악계에서는 큰 후폭풍이 불게 됩니다. 성악가 그것도 음대 교수가 대중음악을 불러 클래식을 모독했다는 것이지요. 1991년 차기 국립오페라단의 단장으로 내정돼 있었는데, 결국 국립오페라단에서 제명되는 고초를 겪어야 했습니다. 대중음악계에서는 아무런 반발도 없는데 왜 클래식계에서는 이런 반발을 하는 것인지 개인적으로 좀 의아한 긴 합니다. 똑같은 음악인데 말이죠.
“향수”는 지금도 클래식 성악가와 대중 가수의 협업인 크로스오버의 대표적 명곡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박인수 님은 그 당시 상당히 억울하셨을 것 같네요. “향수”가 수록된 음반은 130만 장 이상 판매가 되었는데 박인수 교수에게 돌아오는 수입은 거의 없었고, 오히려 클래식계에서 비난을 받아야 했기에..... 또한 그 당시 이미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José Plácido Domingo)와 컨트리 가수 존 덴버(John Denver)의 “Perhaps Love”이란 노래가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고 있었기에....
어쩌면 "국민 테너"로 대중들의 사랑을 받으신 것은 큰 보상이 된 것은 아닐까요?
고인을 추모하며...
고 박인수 교수님은 국립오페라단을 떠나며 “클래식을 모독하는 건 대중 가수와 함께 노래하는 게 아니라 클래식을 제대로 부르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하는데.... 너무나 멋진 명언을 남기신 것 같습니다.
Tip!
고인을 기억하며.... 또한 고향의 옛 추억을 떠올리며 감상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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