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하늘을 자유롭게 나는 종달새의 노랫소리를 떠올리게 실내악곡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고전 음악의 거장 요제프 하이든이 남긴 수많은 명작 중 하나인 현악4중주 Op. 64 No. 5 "종달새"입니다.
하이든과 현악4중주
하이든(Franz Joseph Haydn, 1732-1809)은 평생 104곡의 교향곡과 약 68개의 현악4중주곡 등 많은 작품을 남겨 “교향곡의 아버지”와 “현악 4중주의 아버지”라고 불립니다. 이런 별칭은 단지 많은 작품 때문이 아니라 4악장제의 구축, 제2악장이나 제3악장의 미뉴에트 구성, 소나타 형식과 기악 편성법 등을 확립하였기 때문입니다.
두 대의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로 구성된 현악 4중주는 고전시대의 대표적인 실내악 형태로, 당시 귀족들의 좋은 취미였습니다. 괴테는 현악4중주를 ‘4명의 지성인이 나누는 대화'라고 표현했지요. 하이든은 현악 4중주를 1악장(소나타 형식), 2악장(느림), 3악장(미뉴에트/스케르초), 4악장(빠른 론도)의 4개 악장 형태로 완성하였습니다.
Op. 64 No. 5 ‘종달새’ 작품 배경
하이든의 현악4중주곡 중 Op. 64 No. 5 ‘종달새’는 하이든의 현악 4중주 중 가장 사랑받는 작품 중 하나입니다. “종달새”(lark)라는 부제로 널리 알려져 있지요. 하이든의 작품에는 부제가 붙은 곡들이 많은데 대부분 하이든이 붙인 것이 아니라 후대 사람들이 내용적 인상이나 출판 마케팅 등을 위해 붙인 것입니다. 하이든이 에스테르하지 후작의 궁정 악장으로 일한 마지막 해인 1790년 헝가리 출신 요한 페터 토스트(Johann Peter Tost)를 위해 작곡되었습니다. 토스트는 에스테르하지 궁정의 바이올리니스트로 활동하다가 프랑스로 이주하여 음악 출판 및 무역 활동에 참여하였으며, 하이든에게 새로운 현악 4중주 작품을 요청하였습니다.
이 곡에 '종달새'라는 애칭이 붙여진 것은 제1악장의 서두에 나오는 바이올린에 의한 주제 선율과 4악장 무궁동(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길이의 빠른 악구를 반복하는 기악곡)의 음형이 마치 종달새가 하늘을 날며 지저귀는 명랑한 음형을 연상시킨다는 뜻에서 붙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많은 새들 중 왜 하필 종달새일까요? 앉아있을 때만 노래를 부르는 대부분의 새와 달리, 종달새는 날아다니는 동안 노래를 부르며, 그들의 쾌활한 노래는 유난히 선율적이기 때문입니다.
Op. 64 No. 5 “종달새” 구성
이 작품은 모두 4악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제1악장: Allegro moderato
여린 스타카토로 시작되는 서정적인 도입은, 제1바이올린이 고음에서 그리는 자유롭고 유려한 선율로 이어지며 마치 봄 하늘을 날아오르는 종달새의 노래처럼 느껴집니다. 따사로운 햇살 아래 펼쳐진 들판의 생동감과 상쾌함이 음악 속에 녹아들며, 듣는 이로 하여금 자연의 아름다움과 조화를 느끼게 합니다.
제2악장: Adagio cantabile
한가롭고 감미로운 분위기의 이 느린 악장은, 정제된 선율이 대위법적으로 전개되며 깊은 정서를 자아냅니다. 각 악기가 서로의 선율을 교차하며 부드럽게 어우러지는데, 이는 하이든 특유의 내면적 평화와 서정미를 잘 보여줍니다.
제3악장: Menuet – Allegretto
우아하고 세련된 선율이 돋보이는 미뉴에트 악장은, 전통적인 춤곡 형식을 따르면서도 절제된 고전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특히 각 성부의 균형 잡힌 대화와 유려한 흐름 속에서, 사중주의 고급스럽고 품격 있는 분위기가 풍깁니다.
제4악장: Vivace
경쾌하고 활기찬 리듬으로 시작되는 마지막 악장은, 민속적인 향취를 머금은 선율 속에 생동감과 열정을 담고 있습니다. 재치 있는 동기 전개와 응답 구조가 돋보이며, 전체 곡을 화려하고 장쾌하게 마무리짓는 밝고 명랑한 피날레입니다.
현악기의 맑고 깨끗한 음색으로 귀를 사로잡고, 유쾌한 선율로 마음을 달뜨게 하는 하이든의 현악4중주 “종달새”를 듣고 있노라면 종달새의 발랄한 날갯짓과 천진난만한 지저귐을 통해 햇살이 가득한 5월의 즐겁고 상쾌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감상하기
https://youtu.be/kqnjVNKhWnc?si=rEno8CjXdVvnFMZ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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