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과 관련된 단어는 대부분이 이탈리아입니다. 음악의 아버지 바흐를 비롯해 모차르트, 베토벤 등 위대한 작곡가들이 독일이나 오스트리아 출신이 많고, 현재 클래식의 중심 지역도 독일이나 오스트리아의 도시들입니다. 그런데 왜 음악용어는 이탈리아어가 대부분인 것일까요?
커피 관련 용어들을 한 번 떠올려 보세요. 에스프레소, 카푸치노, 카페라테, 아메리카노, 아포가토, 마키아토... 모두 이탈리아어입니다. 커피와 관련한 용어에서 왜 이렇게 이탈리아어가 많이 사용되는 것일까요? 그 이유는 원두에서 커피를 추출해 낼 수 있는 에스프레소 머신을 이탈리아에서 세계 최초로 개발하면서 커피 산업의 주도권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커피뿐만 아니라 이탈리아어가 널리 사용되고 있는 또 다른 분야는 바로 음악입니다.
칸타빌레(cantabile, 노래하듯이), 레가토(legato, 부드럽게 이어서)와 같이 연주 방법을 의미하는 용어들...
스타카토(staccato, 음을 하나하나 짧게 끊어서 연주), 피치카토(Pizzicato, 현을 손가락으로 튕겨서 연주) 등의 연주 기법...
안단테(Andante, 천천히 걷는 빠르기로), 알레그레토(Allegretto, 조금 빠르게) 등의 빠르기를 나타내는 용어...
피아니시모(pp. pianissimo, 매우 약하게) 포르티시모(ff. fortissimo, 아주 세게) 등과 같은 셈여림표 등 일일이 언급하기 힘들 정도로 대부분의 기본적 음악 용어는 이탈리아어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이탈리아어가 음악의 용어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이유는 도레미파솔라시도, 즉 계이름이 이탈리아에서 만들어졌고, 그 후 유럽의 문화가 로마를 비롯한 이탈리아가 중심지를 이루었고, 17세기에서 19세기 초까지 이탈리아는 클래식 음악의 최강국이었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악보에 그려진 음표를 통해 음악을 익히는 것이 당연하지만 11세기까지만 해도 그렇지 않았습니다. 당시 그레고리안 성가 등 교회음악은 악보가 없었기 때문에 구전을 통해 배웠습니다. 지극히 비효율적인 방식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사람이 11세기 이탈리아의 수사 귀도 다레초(Guido d‘Arezzo, 991?-1033)였습니다. 그는 음에 규칙이 있음을 발견하고 여기에 고유의 이름을 붙인 도레미파솔라시도, 즉 계이름을 만들었습니다. 또 선과 칸을 통해 음높이를 표현하는 기보 체계를 고안해냈습니다.
귀도가 만들어 놓은 시스템을 기반으로 이후 음악가들은 더 다양하고 세밀한 음악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르네상스 시대에 이르기까지 서양음악은 교회 음악을 중심으로 발전하였고, 서구 기독교 문화의 중심지는 로마였습니다. 음악, 미술, 건축 등 문화 전반에 거쳐 부흥과 변화가 이뤄진 르네상스 시대에도 유럽 문화의 중심은 로마를 비롯한 이탈리아 지역이었습니다. 자연히 수많은 음악 용어들이 이탈리아어로 만들어지고 그것이 전 세계적으로 보편화된 것입니다.
르네상스 이후에도 재능 있는 이탈리아 출신의 음악가들은 유럽 곳곳으로 진출하여 음악 교육과 연주활동을 했습니다. 이를 통해 자연스레 음악 교육도 이탈리아어로 이루어졌고, 결국 이탈리아어가 음악용어로 유럽의 전 지역에서 자리를 잡아가게 됩니다. 바흐, 모차르트, 하이든, 베토벤, 브람스 등을 배출한 독일이 유럽 음악의 중심지가 되었고, 프랑스의 생상스, 라벨, 드뷔시 등이 프랑스어를 음악용어로 사용하기도 했지만 대부분 음악가들은 여전히 이탈리아 용어들을 선호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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