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라디바리우스는 과르네리와 아마티와 함께 세계 3대 명품 현악기로 손꼽힙니다. 오랫동안 신비로 남아있던 명품 스트라디바리우스에 대하여 알아보고자 합니다.
스트라디바리우스는 바이올린, 첼로, 비올라, 기타, 하프 등의 현악기를 의미하는데, 17세기 스트라디바리 가문 특히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Antonio Stradivari, 1644-1737)가 제작한 악기들을 의미합니다. 18세기 악기의 라벨에 제작자와 지명의 라틴어 스라라디바리우스라는 단어를 사용해야 했는데, 요즘은 대체로 스트라디바리우스는 악기를, 스트라디바리는 제작자를 가리키는 것으로 사용합니다.
스트라디바리 일가는 1000대가 넘는 현악기를 제작했는데 현재는 600여 대 정도만 남아 있다고 합니다. 이 중에서 바이올린은 100여 개 밖에 되지 않는데 현재 유명한 연주자들이 사용하는 것은 50여 개에 불과합니다. 이러한 희소성과 아름다운 소리 때문에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의 값은 수십 억 원을 호가하는데, 특히 황금기로 불리는 1700-1725년 제작된 제품은 수백억 원에도 거래된다고 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바이올린은 현재 옥스퍼드의 애슈몰린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메시아(messiah)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데, 연주된 적도 거의 없는 새것 같은 상태입니다. 스트라디바리가 1716년 마지막으로 칠했을 때와 같은 흠 없는 본래의 바니쉬를 보여준다고 합니다.
이렇게 스트라디바리우스 너무 고가이기 때문에 재단이나 은행들이 연주자들은 대여하는 시스템이 생겨났습니다. 스트라디바리우스는 연주하기가 까다롭기로 유명해서 탁월한 연주가가 아니면 다루기 쉽지 않다고 하네요.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는 94세까지 바이올린을 만들었지만 그 비법을 자기 아들에게조차 알려주지 않아 제조비법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그가 죽은 뒤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의 비밀을 파헤치는 연구와 실험이 시작되어 지금까지 계속되어 왔습니다.
스트라디바리우스만의 독보적 음색의 비밀은 바니쉬의 조합법에 있다고 주장합니다. 목질을 곰팡이균이 스트라디바리우스의 음색을 만든다는 연구를 통해 어느 정도 스트라디바리우스의 음색에 근접하게 재현하는 성공을 거두기도 했습니다.
유럽에서 1400년대 중반부터 1800년대 중반까지 지속된 소 빙하기(Little Ice Age)가 나무의 성장을 지연시켜서 가문비나무들의 나이테가 전에 없이 촘촘하고 좁아져 좋은 소리를 내는 악기를 만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하기도 합니다.
누군가는 만들어진 지 200년이 훌쩍 넘어 목재의 경년 변화(오랜 시간 동안 천천히 변화하는 것)가 가져온 음향 변화로 그런 음색을 낸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첨단기술을 이용해서 스트라디바리우스를 재현하려는 시도도 있었는데, 의료용 컴퓨터 단층 촬영(CT) 기술을 활용한 스트라디바리우스의 복제품을 만들어 그 결과 복제품의 소리가 스트라디바리우스와 놀라울 만큼 비슷했다고 설명도 있었습니다.
어쩌면 위에서 언급한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좋은 소리를 낼 수 있고, 숙련된 장인 스트라디바리의 오랜 경험과 판단 때문일 수도 있고, 아직 밝혀지지 않은 비법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와 같이 높은 가격과 아직도 완전히 풀지 못한 비법을 가진 스트라디바리우스가 최고의 소리를 내는 것일까요? 시중의 바이올린보다 백배 천배 비싸도 소리에 큰 차이가 없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수차례 블라인드 테스트를 통해서 현대 바이올린이 더 낫다는 결과가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연주자는 안대를 낀 채 연주하고, 음악에 식견 있는 청중은 무작위로 소리를 듣는 실험을 한 결과 연주자와 청중 모두 소위 ‘명기’와 현대 악기를 구분하지 못했고, 오히려 음색과 음향 방사도 등 모두 현대 악기가 더 우수하다고 선택했습니다.
그렇다면 스트라디바리우스의 가격이 하락하고 인기가 시들해졌을까요? 300년 이상 돼 바짝 건조된 스트라디바리우스의 음색이 점점 나빠지고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스트라디바리우스를 향한 열망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습니다. 스트라디바리우스는 역사적 의미와 영감을 주고 희소성 등의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최고가 경신을 이어나갈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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